“한국, 환율 투명성 높여라” “시장 개입 안 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기사 이미지

한·미 재무장관회의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제이컵 루 미국 재무부 장관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김춘식 기자]

3일 열린 한·미 재무장관회담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환율이었다.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의 은근한 ‘엄포’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반박’이 교차했다. 루 장관은 선물도 내놨다. 한국의 대(對)이란 교역 확대에 최대 걸림돌이던 결제 문제 해결에 미국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양측의 이해가 일치한 대북제재에선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했다.

한·미 재무장관 회담
유일호 “한·이란 결제문제 해결을”
루 장관 “조속한 시일 내 해법 모색”

양측이 대면한 건 4월 말 미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이후 처음이다. 미측은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상수지와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환율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라고 요구했다.

회담 직후 유 부총리는 “환율은 시장이 결정하고 급격한 변동이 아니면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 측도 이를 이해한다면서 그렇게만 하면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개입’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앞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공개 요구한 규제 개혁, 법률 시장 개방 등의 문제도 논의됐다. 유 부총리는 “규제 완화에 대해선 필요한 것은 협력하자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우리 측 현안인 이란과의 결제 문제에선 돌파구가 열릴 조짐이다.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한 경제제재는 풀었지만 달러 거래는 여전히 금지하고 있다. 한국은 교역 확대를 위해 유로화 결제제도를 도입하려 하지만 원화와 유로화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없어 중간에 달러 환전이 불가피하다. 이를 양해해 달라는 요구에 루 장관은 “한국 기업의 애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조속한 시일 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북제재 공조 방안도 논의됐다. 루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국제 금융시스템에 접근하고, 이를 악용하는 데 활용하는 수단과 방법을 파악하는 것에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미국의 대북제재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루 장관은 이날 오전 한국은행을 비공개로 찾아 이주열 총재와도 1시간가량 만났다. 한은은 기재부와 함께 ‘외환당국’의 한 축을 이룬다. 환율 문제와 함께 일각에선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도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측 요청에 따라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방한 일정을 마친 루 장관은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열리는 중국으로 향한다. 대북제재 문제와 함께 환율·통상 문제를 두고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주요 2개국(G2)의 일전이 예고돼 있는 상태다. 루 장관이 한국에 머문 2~3일 원화가치는 달러 대비 이틀 연속 올랐다.

글=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