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수능 문제 유출’ 학원강사 집 압수수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6월 수능 모의평가(이하 모평)에서 국어 영역의 문제 지문 등을 사전에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S학원 강사 이모씨의 집과 사무실, 차량 등을 3일 압수수색하고 시험 문제지와 강의 준비자료, 서류 등을 확보했다.

경찰, 강의 준비자료 등 확보

경찰은 또 현장 강의 도중 학생들에게 언급한 내용이 그대로 시험에 출제됐다는 수험생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이씨의 강의를 들은 학생을 불러 유포 과정을 조사할 예정이다. 수험생들은 이씨의 강의를 들은 한 학생의 노트 필기 사진을 근거로 문제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노트 필기를 담은 사진 파일엔 “고전시가 ‘가시리’ ‘동동’이 지문으로 나온다” “현대시 ‘우리가 물이 되어’에서 불의 이미지를 묻는다” “중세국어 문제가 비(非)문학 지문으로 나온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으며 실제 모평 시험에서 그대로 출제됐다. <본지 6월 2일자 6면>

유출 의혹이 제기되자 학생·학부모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한 고3 학생은 “사진 파일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유출됐다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대로 (시험에)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역시 “이전에도 모의평가 답안이 유출됐는데 평가원이 안일한 게 아니냐. 제보를 받고도 그대로 시험을 진행했다는 얘기냐”며 반발했다.

유출 의혹은 수능의 공정성과 안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도 이어졌다. 한 고3 수험생 학부모는 “평가원 시험이 어떻게 유출될 수 있나. 수능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모의평가 출제 경험이 있는 한 교사는 “출제위원으로 들어가는 교사·교수는 한정돼 있다.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꼬집었다.

모의평가는 출제 과정의 보안 수준이 실제 수능보다 낮다. 수능은 수험생들이 시험을 마칠 때까지 출제진이 외부로 나갈 수 없지만 모평은 출제가 끝나는 즉시 격리가 해제된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출제진에 들 만한 교사·교수가 2주간 연락이 안 되면 기다렸다 접촉해 출제 경향을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모평은 수능과 달리 학원에서도 치르기 때문에 유출이 비교적 쉽다. 2013년에도 학원장과 출제에 참여한 교사가 모의평가 답안을 사전 유출해 입건되기도 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모의고사는 실제 시험이 아닌 만큼 유출이나 부정행위로 인한 실익이 없다. 수능의 보안 수준은 안심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모의평가 문제 유출 의혹과 관련해 “어디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확인되면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민제·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