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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벗어나니 종이 호랑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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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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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게 큰 점수차로 지면서 ‘아시아 넘버원’의 허상에 가려졌던 대표팀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두번째 골을 내준 뒤 침울해하는 골키퍼 김진현과 미드필더 기성용, 수비수 김기희(오른쪽부터). [잘츠부르크=뉴시스]

6월1일날 6-1로 졌다. 9월1일이 아닌 게 다행이라는 말도 나왔다.

약팀 상대 16연속 무패 승승장구
유럽팀 만나 20년 만에 6실점 수모
수비라인 올리기 실패한 슈틸리케
후반에도 같은 전술 고집해 대패
팬들 “겉멋 든 해외파 빼라” 일침

아시아 팀들을 만나서 승승장구하던 축구대표팀이 유럽의 강호를 만나자 힘 한번 못쓰고 무너졌다. 무기력한 경기 끝에 완패하자 축구팬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위기 상황에서 팀을 이끌 리더가 없는 데다 전략과 투지마저 실종된 ‘3무(無) 축구’ 라는 비난이 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의 위기 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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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0위 한국은 1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무적함대’ 스페인(FIFA랭킹 6위)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전·후반에 각각 3골씩을 내준 끝에 1-6으로 졌다.

전반 30분 다비드 실바(30·맨체스터시티)에게 프리킥 실점한 게 대패의 서막이었다. 2분 뒤 세스크 파브레가스(29·첼시)에게, 다시 6분 뒤 마누엘 놀리토(30·셀타 비고)에게 연속 실점했다. 후반 5분과 8분에 알바로 모라타(24·유벤투스)와 놀리토에게 한 골씩 헌납한 슈틸리케호는 경기 종료 직전 모라타에게 6번째 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후반 교체 투입된 주세종(FC서울)이 후반 38분 만회골을 터뜨려 간신히 영패를 면했다.

A대표팀이 한 경기에 6골을 내준 건 지난 1996년 이란과의 아시안컵 8강전(2-6패) 이후 20년 만이다. 5골차 패배는 2001년 체코전(0-5패) 이후 15년 만이다. 최근 A매치 16연속 무패(13승3무) 및 10연속 무실점(이상 쿠웨이트전 3-0 몰수승 포함) 행진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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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언론은 한국이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이자 조롱에 가까운 보도를 했다.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는 “한국에 대한 축구교습은 15분이면 충분했다”고 썼다. ‘아스’는 모차르트의 고향(잘츠부르크)에서 경기가 열린 것을 빗대 “스페인 선수들은 모차르트처럼 우아한 플레이를 했다. 유로 2016에서 한국과 같은 조가 아닌 것이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한국 베스트 11 중 9명에게 평점 0점(3점 만점)을 줬다.

국내 축구팬들도 폭발했다. A매치 관련 기사마다 “겉멋 든 해외파 빼고 K리그 선수들로 다음 평가전을 해보자”는 등의 비판적인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실책이 잦았던 몇몇 선수들에겐 “은퇴 경기 잘 봤다”는 일침이 날아들었다. “(스페인 골키퍼) 카시야스가 경기 도중에 할 일이 없어서 그라운드에서 네잎클로버를 찾았다”는 조롱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스페인전 대패의 원인으로 ▶단조로운 전술 ▶리더 부재 ▶자신감 결여를 꼽았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슈틸리케 감독이 ‘전방 압박’을 위해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는 모험을 했다가 완패했다”면서 “전반에만 3골을 내주고도 후반에 동일한 전술을 고집한 게 패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격형 미드필더는 자동차로 치면 핸들과 같은데, 그 역할을 맡을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으로 2001년 프랑스·체코와의 평가전 0-5 완패를 경험한 유상철 울산대 감독은 “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큰 점수차로 졌지만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감독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2002년 히딩크 감독도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대표팀, 나이지리아전 1-0 승=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4개국 축구대회 1차전에서 나이지리아에 1-0 승리를 거뒀다. 올림픽 대표팀은 0-0으로 맞선 후반 41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최경록(상파울리)의 프리킥을 수비수 최규백(전북 현대)이 발로 밀어 넣어 나이지리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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