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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급여 10~20% 깎고 추가 감원…4조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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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생존의 기로에 선 대우조선해양이 4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1조8500억원 수준의 자구안에 더해 2조원 이상을 더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31일 “적어도 삼성중공업(1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보다는 그 규모가 커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있다”며 “회사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본사 사옥, 알짜 자회사 매각
국내 조선사 8만t급 이하 벌크선
2012년 이후 1369척 중 0척 수주

핵심은 임직원 급여를 직급에 따라 10~20%가량 줄이는 방안이다. 임금 삭감은 현대중공업처럼 휴일근무와 고정 연장근로 수당 등을 폐지하거나 상여금 등을 줄이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019년까지 인력 2300여명을 추가로 감원해 전체 인원을 1만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두 가지를 통해 앞으로 5년간 적어도 1조원 이상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대우조선해양 측은 기대한다.

현재 서울 중구에 있는 본사를 경남 거제로 옮기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회사 정성립 사장은 최근 사내 간담회에서 “향후 회사를 옥포조선소 중심 체제로 운영할 것”이라며 “올해는 해양플랜트 분야만 거제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지하 5층, 지상 17층 규모의 본사 사옥은 현재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달씩 무급휴가를 쓰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여기에 조선·해양 관련 자회사 매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은 이들 자회사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이유로 매각을 꺼렸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 입장을 바꿨다. 매각 대상으로는 DSEC, 삼우중공업, 신한기계, 웰리브 등이 꼽힌다. 대우조선해양은 최종 자구안을 이르면 6월 초 KDB산업은행에 제출할 계획이다. 산은은 6월 중 자구안을 최종 검토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빅3 외에 국내 중소 조선사의 경쟁 우위도 2012년부터 무너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도 공개됐다. 본지가 입수한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락슨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2012년부터 중국 등 경쟁 국가에 밀려 중·소형 선박의 수주 실적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형 일반 화물선(벌크선)은 현대중공업 등 ‘빅3’를 제외한 국내 중소 조선사들이 주름잡던 시장이다. 분석 결과 국내 조선업체들은 2012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전세계에서 발주된 8만t급 이하 벌크선 중 단 한척도 수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전세계에서 발주된 8만t급 이하 벌크선은 1369척에 달했다.

8만t~10만t급 벌크선도 378척의 발주 중 단 8척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10만t~20만t급의 중대형 벌크선은 전체 180척 중 51척을 수주했다. 성동조선해양과 대한조선 등이 비교 우위를 갖고 있는 덕이다. 20만t 이상급의 경우는 전체 117척 중 14척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이는 2012년~2014년 국내 빅3 업체가 해양 플랜트 수주에 집중하는 사이 벌크선 수주 실적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벌크선 뿐 아니라 원유운반선(탱커)이나 화학겸용운반선(케미칼 탱커)의 경우도 3만t 이하급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퇴조세가 뚜렷하다. 한 예로 3만t급 이하 원유 운반선의 경우 전체 76척 중 국내 업체 수주분은 3척에 그친다. 화학겸용 운반선 역시 전체 266척의 발주 중 22척을 따내는데 그쳤다.

익명을 원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의 기초가 되는 중소형 선종 시장을 중국 등 경쟁 국가에 눈 뜨고 내주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며 “빅3업체 외에 국내 조선업 기초를 떠받치는 중소형 조선사의 사정에 맞는 지원책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법원 “STX조선 청산 고려 안해”=STX조선해양의 기업회생 절차를 관장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판사 7명을 투입해 전담팀을 구성했다. 재판부는 또 협력업체·근로자들의 협의체를 구성해 이들에게 채권단에 준하는 발언권을 주기로 했다.

법원 관계자는 “앞서 채권단의 잘못된 판단으로 4조4000억원의 자금이 헛되이 소모됐다”며 “동양그룹·웅진홀딩스처럼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없이 곧바로 회생신청을 했다면 훨씬 적은 자금으로 정상화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단계에서 STX조선에 대한 청산 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이수기·이유정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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