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웨인은 영웅인가, 인종차별주의자인가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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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카운티 정부와 뉴포트비치 시의회가 5월 26일을 '존 웨인의 날'로 지정함에 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5명의 OC수퍼바이저위원들은 지난 10일 정기회의에서 미셸 박 스틸 부위원장이 주도한 '존 웨인의 날' 지정 결의에 동의했다. 특정 기념일 제정은 이전해 12월에 결정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수퍼바이저위원회는 오는 12월 공식 의결을 거쳐 내년부터 5월 26일을 존 웨인의 날로 지정하게 된다. 지정안을 발의한 미셸 박 스틸 부위원장은 이날 존 웨인(사진)의 아들 에단에게 결의문을 전달했다.

같은 날, 뉴포트비치 시의회는 7명 시의원의 전원 찬성으로 '존 웨인의 날' 지정안을 통과시켰다. 뉴포트비치는 다수의 서부영화를 통해 '미국 카우보이 상남자' 이미지를 굳힌 웨인이 말년을 보낸 곳이다. 웨인의 묘도 뉴포트비치 인근 코로나델마의 퍼시픽 뷰 메모리얼 파크에 있다.

카운티 정부와 뉴포트비치 시의회의 행보는 지난달 29일 가주하원이 매튜 하퍼 의원(공화)이 발의한 '존 웨인의 날' 지정안을 찬성 20표, 반대 35표로 부결시킨 것과 대조를 이루며 논란을 빚고 있다.

주하원에서 지정안이 부결된 것은 웨인이 생전에 인터뷰를 통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으며 매카시즘 광풍이 불던 시절 무분별한 공산주의자 색출과 관련된 극우단체에 가입했던 전력을 문제 삼은 의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루이스 알레호 의원(민주)은 웨인이 1971년 잡지 '플레이보이'와의 인터뷰에서 한 흑인 비하 발언을 소개했다. 당시 웨인은 "난 흑인들이 책임감을 느낄 만큼 교육을 받는 시점까지는 백인 우월주의가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해서도 "백인 정착민에게서 땅을 지키려 했다"며 이를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하원에서 지정안이 부결되자 하퍼 의원은 OC의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도움을 청했고 스틸 부위원장이 존 웨인의 날 지정 결의를 주도하게 된 것이다. 스틸 부위원장은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람에겐 공도 있고 과도 있다. 존 웨인은 베트남에서 탈출한 많은 보트피플이 오렌지카운티에 정착하는 것을 도왔다. 그가 정말 인종차별주의자라면 그랬겠나. 나중에 폐암으로 투병하면서 재단을 설립해 많은 암 환자를 위해 좋은 일을 했다. 잘못한 일도 있지만 좋은 면을 보고 그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존 웨인의 날 지정 결의 주도 배경을 설명했다.

OC정부와 뉴포트비치 시의회의 '존 웨인의 날' 지정 결의에 반발하는 이도 상당수다. 뉴포트비치 주민 짐 모셔는 시의회 회의에서 "존 웨인은 실생활에서 영웅이 아니었다"며 "사람들이 허상을 놓고 축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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