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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숲 20년간 농약 금지…교원대, 새 126종 둥지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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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천연기념물 황새를 비롯해 솔부엉이·소쩍새 등 희귀 야생 조류를 캠퍼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대학이 있다. 한국교원대다.

황새 복원 위해 13만㎡ 숲·논 관리
야생 조류 먹을거리 곤충 늘어나
멸종위기 솔부엉이·소쩍새도 살아
조류연구도 활발, 논문 80편 내놔

한국교원대는 2001년 73종이었던 야생 조류가 지난해 126종으로 늘었다고 26일 밝혔다. 1996년부터 캠퍼스 안에 있는 청람황새공원 주변 약 13만㎡ 규모의 숲과 논에 농약 살포를 금지한 게 조류 증가의 요인이라고 대학 측은 설명했다. 조경관리 등을 위해 쓰였던 살충제·제초제를 뿌리지 않은 덕에 곤충이 살게 되고, 이를 먹이로 하는 조류도 덩달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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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 숲에서 관찰된 왼쪽부터 소쩍새·꾀꼬리. 교원대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새를 포함해 야생 조류 126종이 살고 있다. [사진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이곳에는 멸종위기 종인 솔부엉이(천연기념물 324호)와 소쩍새(천연기념물 324-6호)가 살고 있다. 꾀꼬리·오색딱따구리·청딱따구리·쇠딱따구리·아무르쇠딱따구리도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아 번식한다. 밀화부리·상모솔새·콩새·황여새 등은 캠퍼스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남쪽으로 이동한다.

교원대가 야생 조류 천국이 된 것은 황새(천연기념물 199호) 복원이 계기가 됐다. 교원대는 96년 박시룡 황새생태연구원장을 주축으로 멸종된 황새 복원을 위해 노력했다. 당시 러시아·독일에서 4마리의 황새를 들여와 인공부화와 번식을 거쳐 지금까지 168마리까지 늘렸다. 이 가운데 7마리는 방사했다.

박 원장은 “황새에게 자연상태와 거의 같은 조건을 만들어 주려고 학교 측에 농약 살포 중단을 요청했다”며 “처음엔 벌레가 많이 생겨 항의를 받았지만 이내 생태공원으로 탈바꿈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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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 숲에서 관찰된 왼쪽부터 물까치·오목눈이 모습. 교원대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새를 포함해 야생 조류 126종이 살고 있다. [사진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황새와 함께 인공번식에 성공한 새도 있다. 황새생태연구원은 지난해 멸종위기 종인 검은머리갈매기(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의 인공번식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연구원 측은 오는 6월 검은머리갈매기 서식지인 인천 송도 매립지에 7마리를 방사할 예정이다. 이 중 한 마리에 위치추적장치를 달아 검은머리갈매기의 개체수 감소 원인과 포식관계를 규명할 계획이다.

이 대학에선 조류연구도 활발하다. 청람황새공원 주변과 학교 공원 나무에는 3~4m 높이 박새 인공둥지 150여 개를 달았다. 이 둥지에는 70~80쌍의 박새류가 알을 낳고 번식 중이다.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은 박새의 진화과정과 포식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박 원장은 “지금까지 80여 편의 조류관련 논문을 냈는데 모두 학교에서 연구가 이뤄졌다”며 “한국에선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황새생태연구원은 황새 방사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청람황새공원 주변 논 12만㎡를 임대해 황새가 살기 적합한 습지를 조성하고 미꾸라지·붕어·뱀·개구리 등 먹이도 풀어 놓을 계획이다. 논 임대료는 이번 달 출범하는 황새클럽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마련한다. 계획대로 습지가 조성되면 내년 7월 황새 새끼 2~3마리와 부부 황새 한 쌍을 이곳에 방사한다.

교원대는 2001년 대학으로는 유일하게 환경부로부터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보존을 위한 ‘서식지외 보전기관’ 지정을 받았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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