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높여 외채의존 탈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6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87∼91년) 작성지침에서 드러난 80년대 후반기 우리 나라의 경제사회발전전략은▲이제까지의 외채의존경제에서 탈피, 내자조달에 의한 자립경제를 실현하고▲지역간·계층간 갈등의 해소에 역점을 두며▲지방분권화시대에 맞게 경제정책을 펴겠다는 세 가지 큰 방향으로 잡았다.
우리 경제는 60년대 초부터 외국에서 돈을 꾸어다가 경공업 체질에서 중공업체질로 전환,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신여공업국가로 발돋움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60년대와 70년대에 걸친 고도성장과정에서 저질러진 자원배분의 편중, 지역간 격차, 인플레체질 등의 부작용은 해외여건의 변화와 함께 80년대에 들어서면서 고도성장의 발목을 잡는 역기능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 같은 부작용의 해소를 위한 대응책이 앞으로의 정책과제인 것이다.
특히 금년 들어 이미 4백52억 달러에 달한 대외채무는 성장속도의 둔화와 함께 국민경제에 무거운 압박요인으로 작용, 일부에서 위기의식까지 대두될 정도다.
6차 계획은 우리경제가 처한 이 같은 상황의 변화를 절감하고 20여 년간 지속해온 정책기조를 바꾸어 자립경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경제의 자립을 바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외채부담이 심각한 문체가 되고 있는 단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문제는 자립경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감수해야할 성장속도의 둔화와 국민부담의 가중이다. 계획지침에 따르면 계획기간 중 연간 10억 달러의 순 외채를 줄여 나가면서 7%의 성장속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보호무역주의의 장벽이 높아지고 있고 국내에서는 생산성의 향상보다 균등배분과 사회복지실현의 요구가 높아지는등 내외의 불투명한 여건 속에서 과연 이 같은 목표달성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작년에 경험한바지만 우리의 역량은 미국경제가 6.8%의 높은 성장을 보이고 세계경기가 활기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7%대의 성장을 이루는데 허덕일 정도였다.
7% 목표도 달성가능성을 전제로 했다기보다 매년 늘어나는 경제활동인구를 산업에 흡수, 실업률을 지금의 4%대에서 억제하자는 최소한의 요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6차 계획기간 중 연평균 7%의 성장, 국제수지개선, 높은 저축률, 자력성장 등 목표는 화려하지만 그 전제인 국내외경제여건이 맞아떨어질지 의문이다. 세계교역량 증가나 원자재가격안정을 낙관적으로 보고있는 것이 좋은 예다.
이번 지침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자립과 동시에 사회복지의 실현, 즉 형평배분과 지역개발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다. 좋은 얘기들이다. 사회가 이 같은 정책이 나올 수 밖에 없도록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배분에서 복지증진에 치중하다 보면 성장을 위해 투자할 몫이 주는 것은 필연적이다.
과거의 성장정책 추진과정에서 우리국민에게 제시된 목표는 선진대열에의 참여와 복지사회의 실현이었다. 이번 6차 계획지침에는 선진대열에의 참여란 말은 보이지 않는다.
많이 벌어놓고 쓰자던 얘기가 우선 나누어 쓰고 보자는 얘기로 바뀐 느낌이다.
외자의존없이 7%대의 성장을 이룩하면서 사회복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정책목표는 필연적으로 내자동원의 극대화, 국민부담의 가중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지침에 따르면 계획기간 중 국내 저축률을 지금의 27.4%에서 91년에는 33%로 높이고 조세부담률을 22% (현19%)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돼있다.
더우기 소득세· 재산세 등 직접세의 비율을 높이고 지방분권화 실현을 위해 지방양여세 등 세목의 신설, 과세대상의 확대, 지방공공요금의 현실화, 수익자 부담원칙의 확대 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부담의 증가가 피부에 고통으로 느껴질 때 국민들이 어느 정도 이를 감내할 것인지 두고 볼일이다.
계획지침 작성과정에서 당초 7.5%로 설정됐던 성장목표가 7%로 축소 조정되고 국민의 인내가 강조되었다는 사실은 이번 계획이 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신성순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