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대출 4조7천억원|부실정비의 통일기준 세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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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은행대출이 부실산업에 묶여있으면 금융의 효율이나 통화정책의 효과는 애당초 기대하기 어렵다. 해외건설과 해운 등 거대한 부실의 짐을 지고 있는 은행들로서는 편중대출의 자력해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1년간의 은행대출 구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은행대출의 건설업체편중은 새삼 같은 편중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4월말 현재 건설업체대출이 은행 총대출의 16%에 이르고, 제조업체 대출총액의 36· 5%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상은 물론 해외건설업체의 부실때문이지만 문제는 그 증가속도가 최근1년간 너무 빠르다는데 있다. 지난4월까지 10개월간 모두 1조4천8백억원이 건설업체에 지원되었는데 이는 올 들어 5월까지 늘어난 총 국내여신증가 1조8천억원에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다.
더우기 우려되는 것은 이 같은 건설업체 대출순증의 74%가 단기운전자금으로 지원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두말할 필요 없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모양으로 금융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은행수지의 압박은 물론 일반기업의 생산적 지원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직접적 원인이다.
2·4분기이후 통화운용이 적극화되면서 민간여신과 총통화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이 같은 부실산업의 크나큰 공동으로 인해 자금의 효율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밑 빠진 독의 밑도 막지 않은 채 자꾸 물만 부어대니 그럴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당초 9%선의 총통화증가를 계획했다가 뒤늦게 12%선으로 늘려 잡았지만 이 같은 부실산업을 온존한 상태에서는 연간20%까지 늘려도 일반기업의 자금난을 완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의 하반기경제대책이 수출지원의 확대와 투자활성화에 주안점을 두고있으나 이 같은 부실한 금융구조의 개선 없이는 생산적인 투자지원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통화공급을 늘리면 늘릴수록 인플레압력만 높아진 것은 너무나 분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부실산업의 정비는 빠른 시일안에 완결돼야 하며 이를위한 통일적 정비기준이 조속히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한은특융제를 부활해놓고도 부실사업 정비를 차일피일 미루면 결국 은행의 부담만 키우는데 그치지 않고 산업의 전반적 효율마저 떨어뜨리고 통화안정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부실산업의 정리가 해결되지 않는 하반기 경제활성화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내년이후 세계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경쟁력을 준비할 수도 없게 될 것 또한 분명하다. 정부의 조속하고 과단성있는 결단이 촉구되는 싯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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