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하반기경제」이렇게 풀자|86년예산 어떻게 짜야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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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옷도 여름옷 겨울옷이 서로 다르듯이 정부예산 역시 호불황에 따라 그 짜임새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국내경기를 좌우하는 주요 수출대상국의 경기전망이 한결같이 어둡게 예측되고 있는 이상 내년도의 예산편성은 불황을 전제로 하고 짜야 할것이다.
우선 세수규모의 계산근거가 되는 GNP추세를 「현실에 맞게」산출해야 한다. 올해만 해도 경상성장률 9.7%는 어림도 없는 낙관론이므로 수정되어야하고 내년에도 실질성장률 5%미만에 물가안정의지를 담은 디플레이터를 감안해서 추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GNP추계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것이 부가세·관세·방위세들의 세수목표 인상의 근거로 이용되고 방위비지출규모도 준자동적으로 결정해버리기 때문이다. 부가세처럼 인정과세여지가 많은 경우에는 세수목표만 정해놓으면 납세자야 죽건말건 돈은 틀림없이 거둬들이는 것이다.
86년도 예산편성에서 두번째로 강조하고 싶은것은 지난 2년 동안 고수해왔던 「통합재정균형주의」를 일시적으로 포기하라는 점이다.
안정과 성장이 보장되는 싯점에서는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축소하는것이 양약이었을지 모르나 대규모 실업이 사회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는 국면에서는 오히려 사약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내년도 예산은 재정의 경기조정기능을 극대화하는데다 촛점을 맞춰야 할것이다.
이와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비상한 각오로 세출구성을 혁신해야할 것이다.
가령 지난 76년 세출의 25%까지 차지하다가 올해에는 16.6%로 축소되어 버린 경제개발비의 경우 대폭적인 증액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내년도의 국내경기는 민간주도경제운운하는 이유로 정부가 경제개발투자를 기피할 그런 국면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경기가 회복되고 주요 수출시장이 움직일 때까지는 정부가 고용증대에 팔을 걷어 붙여야한다. 웃사람 눈치를 살펴야하는 예산당국의 관리들로서는 이와 같은 혁신이 불가능할것이므로 고위층의 정치적 결단이 시급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경제개발비의 대폭증액으로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다른 세출부문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시비를 걸어올 사람이 적지않겠지만 나는 예산의 33.6%를 차지하고있는 방위비를 그 첫번째로 꼽고자한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두 「필요한」지출이겠지만 정부예산 전체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을 것이다.
예컨대 올해의 경우 방위비3조8천2백58억원 가운데 봉급등 인건비가 34%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경찰과 국가공무원·교육공무원·고용원및 잡부, 정부공사에서 지급되는 인건비를 다 합쳐도 군에서 지급하는 인건비보다 3분의1가량 적다.
이래도 절감할 구석이 없다고 할수있겠는가. 같은 방위비지출이더라도 현동-울진간 군사도로포장과 같은것은 민생용지출로 간주할 수 있으므로 GNP대비 몇%를 꼭 고수해야할 경우에는 이와같은 지출을 대폭 늘리는것이 바람직스럽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경제개발비를 늘리기위해 방위비까지 손대어야 할형편이라면 전시효과나 노리는 지출이나 새마을 보조금은 말할것도 없을것이다. 그리고 나눠먹기식의 습관성보조비도 과감히 잘라야할 것이다.
이렇게 하고서도 경기조절과 실업구제를 위한 경제개발투자재원이 모자란다면 국채발행과 한은차입도 사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국가순채무의 대 GNP비율이 23%수준이라면 일시적인 적자예산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실은 재정이 아무리 용을 써도 가계·기업이 비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방치하면 모든게 허사라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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