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경제」이렇게 풀자|86년 예산 어떻게 짜야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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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0조를 상회하는 방대한 규모의 나라살림을 계획하는 일이 용이하였던 해가 한번도 없었겠지만 내년예산은 특히 더하다.
우리경제는 대외적으로 미·일의 경기둔화와 수입규제강화에다 국내적으로 외채증가억제·산업구조조정의 과제가 놓여있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요청되고 있다.
86년 예산은 첫째 물가안정을 계속적으로 뒷받침하면서 성장과 투자, 고용증대에 도움이 될수있도록 다소 적극적인 감각을 가미하여 편성할 것이며 이에따라 예산규모는 과거 안정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고수하던 한자리숫자의 증가에서 정상적인 세입이 들어오는 범위내에서 지출을 하는 세입내 세출의 원칙으로 전환할 것이다.
물가안정을 정착시키는 단계에서는 예산규모증가가 적을수록 정책목표에 부합되었으나 안정이 지속되고 재정구조가 건실화된 86년 이후에도 긴축을 고집한다면 장기적인 발전과 국민복지 향상을 위하여 정부가 해야할 각종 사업을 도의시하는 결과가될 것이다.
둘째로는 양곡기금이나 비료계정등의 적자를 메워 주고있는 막대한 규모의 재원을 점차 생산적인 분야의 투자로 전환하면서 이들 기금이나 회계의 적자를 줄여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적자지원규모를 너무 급격히 축소시켜 한은차입이나 외국차관도입이 재개된다면 이는 어렵게 이룩한 안정이 흔들리게될 우려가 있으므로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특히 철도나 지하철·상수도사업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있는 분야에 대한 융자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자금관리특별회계에 대한 지원을 축소할 경우 이들 사업에 대한 융자를 위하여 차관도입이 불가피하여지고 따라서 정부 스스로가 외채를 증가시키게 되므로 당분간은 다른 분야의 지출을 다소 억제하여서라도 일정수준의 계속적인 지원은 불가피하다.
세째로는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토록 하기위하여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각종 지원이나 보조를 축소하고 대신에 수혜자가 부담토록 하는 수익자 부담원칙을 점진적으로 실현해 나가도록 할것이다. 가격보조는 당장에는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줄수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성장을 촉진시킬수 있는 투자나 경쟁력 향상에 활용될수 있는 재원을 장식하는 결과가 되어 긴 안목에서 경제의 발전에 희생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네째로는 경제개발과 국민의 복지에 대한 수요를 조화있게 충족시켜 나갈것이다. 지난 수년간 미흡하였던 서민주택이나 의료·보건·농어촌소득등과 같은 복지분야에 대하여 최근에 급격히 요구가 확대되고 있는데 86년 예산에서 건전재정의 범위내에서 최대한 수용하되 기술및 인력개발, 사회간접자본확충등 민간이 담당할수 없는 경제개발기능과 균형을 유지하도록 추진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재정의 역할을 추진하는데 제약요인이 있다. 경직성경비인 방위비나 지방재정교부금등은 배분기준이 이미 확정되어 있어 예산당국으로서는 어찌할수 없는 경비인데 전체예산의 70%수준을 점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직성경비가 내년에도 대폭 증가될 전망이다.
우리의 특수한 안보여건과 향후 3∼4년간이 중요한 시기인점을 감안할 때 방위비는 내년에 어느정도 증가가 불가피하겠지만 전력증강에 주안점을 두고 정상적인 운영비는 절제하여 운영할 것이며 내국세의 일정률을 배분하는 지방재정교부금도 국민의 후생과 밀접한 분야에 사용되도록 유도하며 지방사업을 주로 지원하는 보조금사업도 중앙과 지방과의 연계성이 강화되도록 운용할 것이다.
끝으로 내년에도 정부는 운영경비나 일반행정경비를 최대한 절약해 나갈 방침으로 공무원의 증원이나 기구확대및 공공건물의 신·증축을 억제하고 보조·출연·출자기관과 같은 정부산하기관의 증원이나 운영비증가도 철저히 억제할 방침이다. 또한 올림픽에 소요되는 경비및 외화경비, 각종회의와 외빈초청 경비를 최대한 절약토록 할 것이다.
이와같이 단순한 살림살이 예산은 최대한 줄여가면서 국민들의 편익증진이나 장기적인 발전기반을 구축해 나가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는것이 국민의 세금을 보람있게 쓰는 길이 될것이다.
최소의 국민부담과 최대의 국민편익을 구현하기 위해 새해예산편성 과정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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