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택시기사 그만두고 우버영업…기존 산업 축소 아닌 산업의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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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브라운 우버 아시아지역 총괄(맨 왼쪽)이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노약자·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인 ‘우버어시스트’를 시연해보이고 있다. [사진 우버]

기업 가치 680억 달러(약 81조 원,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최고다. 5년 동안 451개 도시에 진출했다. 그 사이 10억 명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로 유명한 ‘우버’의 이력이다.

마이크 브라운 우버 아시아 총괄
“아시아 국가선 한국만 우버 엑스 불허
교통 약자 위한 서비스 강화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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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브라운

그런데 이런 우버가 유독 고전하는 시장이 한국이다. 지난 2013년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엑스’를 출시했지만 불법 논란에 시달리다 철수했다. 리무진을 고급 택시처럼 쓸 수 있는 ‘우버 블랙’도 발붙이지 못했다. 2014년엔 택시기사와 승객을 연결하는 서비스 ‘우버 택시’를 내놨지만 역시 경쟁 서비스인 ‘카카오 택시’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그런 우버가 다시 한번 한국 시장에서 새 서비스를 내놨다. 장애인·임산부·노약자 등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 어시스트’다. 올 초 법률이 개정된 이후 재개한 ‘우버 블랙’과 연계한 서비스다. 24일 방한한 마이크 브라운 우버 아시아 지역 총괄은 “한국은 우버가 진출한 아시아 국가 중 ‘차량 공유 서비스’가 안 되는 유일한 나라”라며 규제를 풀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의 규제가 유독 심한가.
“보통 다른 나라 정부가 우버 서비스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안전이다. 그러나 우버가 기사들의 신원을 조회하고, 기사의 얼굴·목소리를 인식해 본인이 운전하는지 확인하며, 운전 패턴을 분석해 안전 운전을 지도하는 등의 노력을 한다는 걸 알면 영업을 허가해주곤 한다. 그런데 한국은 자동차의 엔진 크기라든가 운임을 규제한다. 이런 건 시장에서 결정하는 게 더 좋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이런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선 택시 기사의 생존권이 이슈였다.
“다른 나라에서 우버를 이용해 자가용 영업을 하는 이들의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누군가는 우버로 결혼 자금을 마련하고, 누군가는 등록금을 마련한다. 미국에선 택시 기사가 택시를 그만두고 우버 영업을 하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 일할지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승객을 기다리는 시간이 적어 더 낫다는 것이다. 기존 산업이 축소된다기보다, 산업의 전환이 일어난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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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고전에도 한국 시장에 투자를 유지하는 이유는.
“고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시장은 이제 시작이다. 고급 택시 서비스인 우버 블랙은 반응이 좋다. 교통 약자를 위한 서비스를 강화한 우버 어시스트를 통해 새로운 고객이 많이 생길 걸로 기대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도 일했는데, 한국의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사명감(mission)이 중요하다. 무슨 사업이든 초기에는 무시당하고 비웃음을 산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 거란 확신이 있어야 이 시기를 견딘다. 우버는 뚜렷한 사명을 갖고 있다. 차를 사는 것보다 우버로 함께 타는 것이 훨씬 싼 시대, 길 위의 자동차는 더 적지만 모든 사람들이 물흐르듯 교통을 이용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사명이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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