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가쟁명:유주열] 일본의 G7회담과 중국의 G20 회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에서 개최되는 주요국(G7) 정상회담(5.26-27)이 이틀 앞으로 닥아 왔다. 주요국 정상회담은 세계 7개 선진국 정상들이 세계의 중요한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매년 1회 돌아가면서 개최하는 국제회의이다.

처음 개최된 후 벌써 4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1975년 11월 주요 선진국 6개국의 정상들이 프랑스 파리 교외 랑브예 고성(古城)에 처음으로 모였다. 미국 영국 독일(서독) 프랑스 이태리 그리고 일본이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오일 쇼크를 해결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다음해는 미국의 건의로 캐나다가 가입하여 비로소 7개국 정상이 모이는 G7( Group of Seven)이 정식으로 발족되었다. 소련이 해체된 후 1998년 러시아가 가입되어 G8이 되었으나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리미아 반도 강제합병으로 러시아가 쫓겨나면서 다시 G7이 되었다.
이번의 회의 장소는 일본의 중부 미에현(三重縣)의 이세시마(伊勢志摩) 국립공원 아고만(英虞灣)이 바라다 보이는 시마(志摩) 관광호텔이다. 미에현은 필자가 나고야에서 공관장을 할 때 관할지역이라 수차 방문한 적이 있는 일본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현(縣 우리의 도에 해당)의 하나이다.

G7(과거 G8) 정상회담은 회원국이 돌아가면서 개최되므로 대개 7-8년 만에 순서가 돌아온다. 지금까지 일본은 1979년 도쿄에서 첫 회담을 위시하여 5번의 회담을 개최하였고 이번은 8년 만의 행사다.
8년 전에는 G8(러시아 포함) 정상회담으로 홋카이도(北海道)의 아름다운 호수 도와코(洞爺湖)가 내려다보이는 윈저호텔에서 개최되었다. 윈저호텔은 정상들을 위하여 일본의 소니 TV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삼성 TV를 각방에 배치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번 개최지를 놓고 일본 전국에서 관광 진흥과 홍보를 위해 경합이 심했다고 한다. 회의기간 중 미디어 종사자 등 수많은 사람이 체재하게 되고 G7 정상회담 개최지로 유명해지기 때문이다.

도쿄 인근의 유명한 휴양지 가루이자와(輕井澤)가 끝가지 경합하였다고 한다. 가루이자는 국제적 지명도가 높고 도쿄에서 멀지 않은 편리한 교통편이 장점이다.
아베(安倍晉三) 총리는 일본 보수파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보수파의 성지로 알려진 이세신궁(伊勢神宮)이 멀지 않은 미에현의 시마(志摩)반도를 최종 낙점하였다고 한다.
나고야의 신공항인 중부공항이 이세만 도코나메(常滑) 인근바다를 매립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시마반도까지 교통편도 매우 가깝다. 이번 개최지 선정에는 아베 총리의 어린 시절 이곳에서 먹은 바다가제 요리를 잊을 수 없었던 추억도 담겨 있다고 한다.

미에현은 기이(紀伊)반도의 동쪽에 이세만의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길이가 1000km정도 되어 ‘리틀 칠레’라고 부른다. 도시의 발전이 이루어지 않아 65%는 이상이 그린벨트 지역이다. 수산업이 발전되어 아마(海女)라고 부르는 해녀가 가장 많은 곳이다.
60여개의 작은 섬이 떠 있는 아고만은 19세기 말 세계 최초로 진주 양식방법을 개발한 미키모토 고기치(御木本 幸吉)의 양식진주 본 고장이다. 진주 양식을 위한 부표(浮漂)가 점점으로 보인다. 아고만을 일본의 진주만(眞珠灣)으로 부르기도 한다.

아베 총리는 이번 G7 정상회담을 통해 두 개의 야심찬 목표를 생각해 두었던 것 같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 직후부터 주장한 핵 없는 세상의 선언을 그의 임기가 종결하는 시점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핵의 피해를 입은 히로시마에서 재확인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일본정신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이세신궁을 방문토록 권유한다. 이세신궁은 회의장소에서 멀지 않다. 나고야에서 기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이세진궁은 이수주(五十鈴)강 위에 걸려 있는 목조 우지교(宇治橋)를 건너야 들어갈 수 있다.
이수주강은 이세진궁의 배산(背山)인 다카구라야마(高倉山) 시마지야마(島路山) 가미지야마(神路山)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모여 만들어진 강이다. 일본 자동차회사 이름의 이수주(ISUZU)가 이곳에서 유래된다.

이세진궁에는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데라스 오미가미(天照大御神)가 일본 천황에게 주었다는 칼(劍) 곡옥(玉) 거울(鏡)의 3종 신기 중 거울이 보관되어 있다. 이 거울은 야타노가가미(八尺鏡)라고 불리는 대형 거울로 유명하다. 일본의 어느 신사의 거울보다 크다.
이세진궁은 본래 천황가의 조상신을 모신 종묘(宗廟)같은 곳이다. 고대에는 천황가 이외는 참배가 금지되어 있었으나 중세 이후 일반인의 참배도 허용하여 지금은 일본인이면 누구나 생애 한번은 이세 신궁을 순례해야 하는 성지(聖地)처럼 되었다. 이세신궁 앞의 이세시(伊勢市)는 이러한 순례 객을 위한 숙소 식당 등 편의시설과 선물 가게로 번성하여 형성된 도시다.
이세진궁의 특징은 식년천궁(式年遷宮)이다. 식년은 정해진 해라는 의미이고 천궁은 모시는 신체(神?)를 이동한다는 의미이다. 매 20년 마다 새로운 건물을 짓고 그곳으로 신체를 옮긴다.

식년에 새로 짓는 건축물은 내궁 외궁 그리고 우지교이다. 지난 마지막 식년이 2013년 이었으므로 다음 식년은 2033년이 된다.
일본은 따뜻하여 어린 나무가 성인 나무가 되는 데 걸리는 기간이 20년이라고 한다. 20년 천궁은 새로운 자연(材木)으로 신체를 모시고 천궁을 통해 신앙심을 확인하면서 무엇보다도 전래되어 온 건축기술을 잊지 않고 20년 단위로 후대에 전수하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이세신궁을 순례하기 위해서 과거 교토 오사카 등 서쪽 일본에서는 육로를 통해 들어오지만 도쿄 등 동쪽 일본에서는 주로 선박을 이용했다고 한다. 인근의 도바항(島羽港)은 도쿄 등에서 오는 순례객이 타고 온 선박이 도착하는 항구이다. 순례객은 참배를 끝내고 이곳에서 양식한 진주를 토산품(土産品)로 사가지고 돌아간다고 한다

이세시마 국립공원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석양에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을 바라보면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이곳에서 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이세신궁에서 원시림을 접하고 다시 히로시마의 원폭 기념관을 가 본다면 그 대조가 큰 충격을 줄 것이다.

자연을 좋아하는 일본인에 대한 원폭 투하가 얼마나 잔인했는지 오바마 대통령의 사과 여부와 관계없이 스스로 알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일본이 과거 아시아 침략에서 보여 준 잔인함 모습은 간데 온데 없고 아름다운 일본의 자연과 잿더미가 된 원폭 피해지와의 절묘한 콘트라스트 세팅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본의 속셈을 간파해서인지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의 포로수용소에서 학대를 받은 전쟁 포로 출신의 미군을 동행하고 사과는 절대 하지 않는다고 미리 선(線)을 그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정상회담 폐막식에서 발신하는 세계 주요국 정상들의 공동선언은 세계 평화와 번영 특히 북한의 핵 포기를 끌어내는 선언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중국과의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선언이 나올 것 같다.

4개월 후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개최 될 예정인 G20에 대한 나름대로의 G7의 결속을 과시 할지 모른다. G7은 선진국 입장을 대변하지만 G20는 신흥국 경제의 입장을 강조한다. 불과 4개월의 기간을 두고 미일(美日)로 대변되는 G7과 중국과 러시아가 주축이 될 G20와의 정치 경제적 대립도 예상된다.

언젠가는 러시아와 중국도 가입된 G9 정상회담을 통하여 명실 공히 세계의 안전과 번영을 위한 회담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