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B 빼고 수능 전 과목서 여학생이 앞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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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치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여학생·여고가 남학생·남고를 압도하는 현상이 이어졌다. 남학생이 더 잘하는 수학에서도 여학생이 뒤처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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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6학년도 수능 성적 분석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지난해 수능을 치른 58만5332명의 국어(A·B형), 수학(A·B형), 영어 성적을 분석한 결과 수학B형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여학생의 표준점수 평균이 남학생보다 높았다. 문과(국어B+수학A+영어)의 경우 남학생의 평균 점수(290.1점)보다 여학생(299.7점)이 9.6점 더 높았고, 이과(국어A+수학B+영어)에서도 남학생(294점)보다 여학생(298.9점)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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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고와 여고를 비교한 결과도 비슷했다. 표준점수 평균을 계산해 보니 여고는 수학B형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남고보다 우수했다. 남학생·남고는 이과 학생이 주로 선택하는 수학B형에서만 여학생·여고를 앞질렀다.

표준점수 평균 2.6~6.6점 높아
쉬운 수능이 여학생 평균 더 올려
남학생은 최상위·최하위권 많고
여학생은 2~4등급 중상위 분포

전통적으로 남학생이 강세였던 수학에서도 여학생이 두각을 보이는 것은 최근 3~4년 사이 나타난 현상이다. 2011학년도 수능까지만 해도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학 성적이 높았다. 2012학년도 이후 문과 학생이 주로 선택하는 수학A형에서 여학생의 성적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2015학년도에는 수학A·B형 모두 여학생의 평균 점수가 남학생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쉬운 수능’ 경향과 여학생들의 학습 스타일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2015학년도 수능 수학은 역대 가장 쉬운 물수능이었는데 여학생의 평균 점수가 급격히 높아졌다. 최근 3, 4년 새 수능이 쉽게 나오면서 여학생에게 이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여학생은 남학생과 비교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는 경향이 있다. 수학적으로 뛰어난 학생은 남학생 중에 좀 더 많을지 몰라도 문제가 쉽게 나온다면 안정적으로 공부하는 여학생이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실제 분석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최상위인 1등급 비율은 수학A형(남학생 3.6%, 여학생 3.4%), 수학B형(남학생 6.1% , 여학생 3.4%) 모두 남학생의 비율이 높았다. 이에 비해 최하위권(8·9등급) 비율에선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학은 물론 모든 영역에서 높았다. 남학생·남고의 경우 최상위권과 최하위권이 모두 많은 반면 여학생·여고는 2~4등급 중상위권이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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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학교 설립 유형별로는 사립학교가 국공립학교에 비해 모든 영역에서 표준점수 평균과 1등급 학생 비율이 높았다. 또 졸업생(재수생)은 고교 재학생에 비해 모든 영역에서 성적이 좋았다. 특히 사립고는 이과 학생들이 선택하는 수학B형의 1등급 학생 비율이 지난해 4.3%에서 올해 6.6%로 크게 늘었다. 자율형사립고 등을 중심으로 최상위권 학생들이 취업에 유리한 이공계로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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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시·도별로 각 영역의 표준점수 평균을 비교해 보면 올해도 제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제주는 국어A, 수학A·B, 영어 등 4개 영역에서 평균 점수가 가장 높았다. 지난해에는 국어B까지 5개 영역 모두 1위였다. 광주는 국어B 평균 점수가 가장 높았고 수학A·B는 2위를 차지했다. 대구는 영어에서 제주와 공동 1위가 됐고 국어A·B는 2위였다. 서울은 평균 점수는 제주나 광주·대구 등에 비해 높지 않았지만 1등급 학생 비율은 국어B형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1위였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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