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 여피문화가 시들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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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여피문화의 쇠퇴인가, 몰락인가.
지난 1∼2년간 미국사회에 반짝했던 여피문화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피 (Yuppie) 라 함은 여유를 가지고 고급스런 생활을 하는 도시의 젊은 전문인들 (Young Urban Professionals)을 지칭하는 말로 80년대초부터 이들의 생활방식과 옷차림등이 미국사회에 크게 번졌었다.
그러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같은 여피문화가 여피족 자신들의 「죄의식」과 「거부감」등으로 수그러들기 시작, 여피문화의 종언을 알리는 여러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화당의 정치담당고문 「리·애트워터」같은 사람은『이번 여름이 끝날때쯤이면 여피운동도 완전히 종식될 것』 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한마디로 여피들은 자신들이하는 모든것-이른바 최고급 식당에서 호화로운 만찬을 들거나 자기 아기에게 최고급 피자를 먹이고 최고급 유모차에 태워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한가롭게 산책하는것 따위에 가책을 느끼고 이러한 생활에 거부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여피문화의 종말을 부채질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여피족에 대한 일반인들의 「적대감」. 이들은 여피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노골적으로 「여피」라고 수군거리며 빈정댄다.
여피들이 여피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어하는데는 고급스런 생활에 대한 양심의 가책도 있지만「비슷한 모습의 많은 무리 가운데 하나」로 보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
올해 서른살의 변호사 「댄·레펠」은 고급상품에 달려드는 여피족의 속성에 대한 저항의표시로 하와이언 T셔츠를 수집하기 시작했다가 곧 뉴욕의 일류 양품점들이 이와 비슷한 순면의 하와이언 T셔츠들을 쏟아내기 시작하고부터 이를 그만두었다.
이러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다른 여피들과 다르게 보이기 위해 일부러 요플레 요구르트를 안먹고, 정장차림에 운동화를 안 신고, 여피들이 잘 가는 레스토랑을 삼간다는 「르네·익슨」(25)이라는 여피는『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사람으로 넘치는 거리를 걷는 것처럼 소름끼치는 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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