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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사진관] 환상의 하늘길, 천상의 드라이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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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 옛길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강원도는 설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인제군, 고성군과 함께 총 62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생태복원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우선 오는 6월까지 흉물로 방치된 미시령 휴게소를 철거하고 생태탐방시설과 전망대가 들어선다. 또 2017년부터 도로가 끊긴 백두대간을 연결하는 사업도 추진된다.

미시령 옛길은 한 때 주변 풍광이 좋아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았다.하지만 2006년 미시령 터널이 개통되면서 이용객들이 급감했다.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던 미시령 휴게소도 2011년 폐쇄돼 흉물로 방치돼 왔다. 오랫동안 사람이 찾지 않는 도로가 되어갔다. 그러나 최근 슬로 라이프(Slow Life)’ 바람과 함께 자전거 동호인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하면서 이용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 주말(15일) 새벽 미시령 옛길 정상에 올랐다. 휴게소가 있던 정상에서 본 동해와 설악산 자락의 풍경이 장관이다. 속초 앞바다에서 뿌연 안개가 구름이 돼 몰려온다. 울산바위를 휘감으며 밀려오는 운해(雲海)가 미시령 허리춤에 걸쳐진다. 순간 발 아래는 구름바다다. 점점이 머리를 내민 산봉우리가 섬들처럼 봉긋하다. 반대쪽 인제 방향에도 뽀얀 운해가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낸다. 운해는 바람을 타고 파도처럼 출렁이며 아찔한 풍경을 연출해 낸다.

속초 방향에서 자전거 동호인들이 엉덩이를 치켜들고 페달을 밟으며 올라온다. 구릿빛 허벅지에 건강미가 넘친다. 자동차 한 대가 운해 속으로 들어간다. 천상의 드라이브다. 미시령은 환상의 하늘길이다.

주기중 기자·click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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