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20대 국회서 노동개혁 5법 한꺼번에 입법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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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권 장관 “20대 국회서 노동 5법 일괄 재추진”

파견법·기간제법 일괄 입법해야
구조조정 국면 실직자 흡수 가능
“임금 개편 안 되면 청년고용 요원”
성과연봉제 강행 의지도 내비쳐

이기권(사진)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개혁 5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상보험법·파견근로자보호법·기간제근로자보호법)을 20대 국회에서 일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근로기준법과 고용보험법, 산재보상보험법을 우선 처리하고, 나머지는 추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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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0대 국회에서 노동개혁 입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무책임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다. 이 장관은 지난 20일 “이른 시일 내에 당정 협의를 거쳐 노동개혁 법안을 다시 발의하고 재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역사적인 노사정 대타협을 도출하고 노동개혁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결국 19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부터 정년 60세가 시행되기 때문에 청년고용 사정이 더 악화할 것임을 분명히 예견했다”며 “법안 폐기는 청년과 중장년, 실직자와 같은 우리 사회의 정말 어려운 분들의 고통을 더 연장시켰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입법 책임론을 강조한 셈이다.

노사정 대타협 당시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은 110만 명이었으나 최근엔 121만 명으로 늘었다. 이 장관은 “조만간 청년애로 계층이 150만~16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 보고서에서 고용시장의 유연화와 격차 해소,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보호와 같은 노동개혁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 장관은 20대 국회에선 5개 법안(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상보험법·파견근로자보호법·기간제근로자보호법)을 동시에 일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은 본지와 총선 전후 수차례 만나 “19대 국회에서 기간제법을 제외한 4법이 통과되면 곧바로 기간제법 입법을 재추진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법의 내용은 모두 맞물려 있는 사안으로 구성돼 있다. 어떤 것을 먼저 처리하고, 나중에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분리입법은 안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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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노사정 간에 이견이 없는 근로기준법과 고용보험법, 산재보상보험법을 먼저 처리하고 나머지는 재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정부가 노동개혁 5법을 동시에 추진키로 함에 따라 야당이 다수인 20대 국회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일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파견법과 기간제법까지 일괄 추진하려는 건 장기 경기침체와 상시적인 구조조정 국면에선 실직자를 파견이나 기간제와 같은 형태로 흡수할 필요가 있어서다. 그래야 고용시장이 활력을 찾고 이에 따른 내수진작과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법으로는 파견 허용 직종이 극히 제한적인 데다 기간제 채용에도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특히 이들이 파견이나 기간제로 취업한다고 해도 정규직에 비해 열악한 근로 조건을 해결할 길이 없다. 그래서 파견법과 기간제법을 바꿔 고용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 장관은 또 “상위 10% 수혜자인 공공·금융기관과 대기업 정규직이 임금 인상에만 집착하고 임금체계 개편에 반대한다면 아들딸들의 고용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며 성과연봉제 강행 의지를 비쳤다.

조선업에 대한 고용위기업종 지정과 관련해 이 장관은 “뼈를 깎는 노사 간 자구노력이 없으면 무의미하다”며 일방적인 정부 지원에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그는 “채권단 등의 기본계획을 들여다본 뒤 위기업종 지정이 가능할 것”이라며 “노정 교섭은 도움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김기찬 고용노동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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