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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한국 vs 뉴질랜드 고교 교육 어떻게 다를까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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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연·이서희·정민영

한국과는 정반대인 남반구 뉴질랜드에서 고교 교육을 받으면 어떨까. 뉴질랜드에서 중등교육을 받는 한국 유학생과 교민 15명에게 물었다. 인터뷰 대상은 뉴질랜드에서 태어났거나 아주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이민 온 학생부터 뉴질랜드에 2~3년간 체류 중인 학생, 뉴질랜드에 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학생들까지 다양하다.

한국 학교 vs 뉴질랜드 학교

Auckland International College는 2003년 설립된 국제 고등학교다. 세계 각지에서 해외 명문대로 진학하기 위해 다양한 학생이 모인다. [사진=Auckland International College 홈페이지]

한국의 공교육과는 달리 학생의 자율적인 활동과 발표에 중점을 두어 보다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사진=Auckland International College 영상 캡처]

먼저 한국 일반학교 재학 경험이 있는 학생들에게 한국 학교와 뉴질랜드 학교의 차이점을 물었다.

노채령(Massey High School 11) 학생은 “한국의 학교는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고, 뉴질랜드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많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배수현(Auckland International College 11) 학생 역시 “암기 주입식 학습을 뿌리로 한 한국식 교육은 유연한 논리 사고력과 문제 대처 능력을 함양하기가 힘들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학생들은 각자의 흥미에 따라 학교에서 들을 과목을 선택한다. 원하는 것을 공부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수업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수업 분위기도 한국보다 훨씬 자유로워 학생들은 스스럼 없이 의견을 공유한다.

배 양은 "한국에선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이나 재능과는 관련 없이 모든 학생에게 엄청난 양의 공부를 시키는 반면, 뉴질랜드 학교는 학업을 기본 소양으로 두고 있지만 취미활동 및 재능 발굴에 힘쓰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뉴질랜드의 학교에는 보통 100개가 넘는 동아리가 존재하고, 학생들은 각자의 흥미에 따라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한다.

이주현(Auckland International College 11) 학생은 “한국 학교에서는 알고 싶지 않아도 등수가 나오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모든 공부가 시험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발표나 조별활동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점 때문에 한국 학교처럼 많은 내용을 학습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기도 하다. 이서희(Auckland International College 11) 학생은 “뉴질랜드 학교는 진도가 느려서 답답하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

"5주 동안 한 단원조차 제대로 진도를 못 나간 적도 있어요. 뉴질랜드 학교는 학생 스스로가 조사하길 요구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지적호기심을 충족하는 강의를 기대할 수는 없어요."


또 배 양은 "표준 교과 과정이 있는 한국과 달리 뉴질랜드에서는 과목마다 주어지는 자료가 다르기 때문에 공부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두어야 할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한국의 공교육과는 달리 학생의 자율적인 활동과 발표에 중점을 두어 보다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사진=Auckland International College 영상 캡처]

이러한 뉴질랜드 교육의 장점으로는 '과목 선택제'를 꼽은 학생이 7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니 황(Epsom Girls’ Grammar School 11) 학생은 “주니어 때 배운 많은 과목을 바탕으로 흥미 있는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들으면서 관심분야를 확실히 하게 된다"며 "진짜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으니 자연스레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미래에 대한 확신도 생긴다”고 말했다.

김범수(Rangitoto College 12) 학생은 "동아리도 많고, 모든 학생에게 여러가지 학문과 기술을 접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했다. 학생들 개개인의 학업능력과 관심분야가 존중되고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모든 학생들은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스스럼 없이 선생님에게 가서 질문할 수 있어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과 의견이 달라도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죠.” (다니엘 우, Macleans College 11)

학년이 올라가며 갑작스레 어려워지는 건 단점

반면, 대부분의 학생이 뉴질랜드 교육의 단점으로 학년 간 난이도 차이를 지적했다. 에스더 김(Avondale College 12) 학생은 "High School 10학년까지는 학업보다 재량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11학년이 되면서 갑자기 학업량이 늘어나 당황했다"고 말했다.

지니 황 학생도 "학년이 높아질수록 수업 내용이 갑자기 어려워지지만 저학년 땐 교과 외 활동에 집중하느라 어려운 학습내용에 대한 준비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학생이 수강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잘못된 선택을 했거나 진로가 바뀔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학생이라 힘든 언어와 문화

Auckland International College의 도서관. 학생의 자율학습을 위해 많은 자료를 구비하고 있다.

Auckland International College의 도서관. 학생의 자율학습을 위해 많은 자료를 구비하고 있다.

교민이나 유학생으로서 힘든 점으로는 대부분 언어와 문화를 언급했다. 현지 교민인 다니엘 우 학생은 "키위(뉴질랜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을 지칭하는 말) 부모 아래에서 자라지 않은 건 솔직히 학교 공부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평생 뉴질랜드에서 살았음에도 가끔 영어 관용구나 뉴질랜드 문화가 잘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지니 황 학생 역시 "뉴질랜드에서 15년을 살았는데도 키위에 비해 부족한 영어 실력이 잠재력을 막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유학생들의 고충은 더 컸다. 김하연(Auckland International College 11) 학생은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도 힘들 뿐더러 실험보고서나 에세이를 쓰는 게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은서(Auckland International College 11) 학생 역시 “현지 학교에서 유학생은 유학생들끼리 뭉치는 분위기라 더더욱 영어 능력을 키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몇몇 유학생들은 가족과 떨어져 기숙사에서 지내는 것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고, 학습 자료를 구하기 힘들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에스더 김(Avondale College 12) 학생은 “공공도서관이 일찍 문을 닫아 하교 후에는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배수현 학생 역시 “한국만큼 문제집이 충분하지 않은데, 수업에서 배우지 못한 응용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시험에 나와 당황할 때가 많다”고 답했다.


이렇듯, 뉴질랜드 교육는 장단점이 있다. 한국 학생들이 현지인과 공부하며 고충을 겪기도 한다. 대신 미국이나 영국 등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의 범위도 넓어지고, 영어능력도 향상된다. 무엇보다 학생 각자의 능력과 흥미를 존중하는 분위기의 뉴질랜드의 중등교육에서 한국 유학생과 한국 교민들은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다.

글=하정연·이서희·정민영, 사진=하정연(Auckland International College 11)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오클랜드지부
도움=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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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고등학교에는 3가지 커리큘럼이 있다

A LEVEL은 영국 대학을 비롯, 영연방 국가에 있는 대학에 지원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학생의 흥미와 관심사에 따라 대학 입학 전 전공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습득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진=CIE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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