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시대의 미소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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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소 정상회담이 오는 11월 제네바에서 열리게됐다.
79년6월 제2차 전략문제 제한협정(SALTⅡ) 조인을 위해 「카터」와 「브레즈네프」가 빈에서 만난 이후 6년5개월만의 일이다.
양국은 최근 수년간 정상회담을 모색해 왔었으나 소련지도부의 잇단 교체, 미국의 대통령 선거등 환경미숙으로 지연돼 왔다.
이 문제가 「고르바초프」 집권후 3개월만에 타결된것은 그의 통치스타일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젊고 장래가 긴 직업정치가인 「고르바초프」(54)와 임기3년을 남겨놓은 노대통령 「레이건」(74)의 대좌는 여러 면에서 관심을 모은다.
정상회담에 앞서「슐츠」미 국무와 「셰바르드나제」신임 소련외상이 갖는 두 차례 외상회담도 관심의 대상이다.
미소정상회담은 「스탈린」사망 2년 후인 55년 「아이젠하워」와 「후루시초프」사이에 열린 이후 61년까지는 2년에 한번씩 열렸었다.
데탕트시대인 70년대 전반기 「닉슨」·「브레즈네프」시대엔 매년 열리기도 했다.
미소정상회담의 간격이 길어진 것은 60년대 쿠바사태로 6년만에 재개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정상회담이 이처럼 늦어진 것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스트롱 아메리카」를 내건 보수강경파 「레이건」의 대소강경책 때문이었다.
지난번 미소정상회담이 있었던 79년은 세계적으로 복잡했던 시기다.
그해 1월 미국-중공국교가 수립된데 이어 2월엔 이란회교혁명과 중공-월남전쟁이 있었다.
우리가 10·26사태로 계엄 하에 긴장돼 있을때 이란에서의 미대사관인질사건, 그 틈을 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무력점령이 있었다.
이에 분개한 「카터」행정부는 그해 6월에 조인한 SALTⅡ협정비준을 무기 연기시키는 한편 곡물수출을 포함한 대소경제봉쇄, 80년 모스크바올림픽의 불참등 보복조치를 취했다.
이래서 그 시기를 「신냉전시대」(New cold war era) 라고 부르게 됐다.
미국을 약화시킨 「카터」가 80년 선거에서 낙선하고 『강력한 미국의 재건』을 내건 「레이건」이 당선되자 그는 데탕트를 깨뜨린 소련을 『악마의 제국』이라고 규탄하면서 「브레즈네프」정상회담 요구를 일축했다.
금년들어 정상회담이 실현되게된 것은 환경 변화의 결과다.
즉 미국에서는 작년 1월「레이건」이 『이제 우리는 강력한 미국을 되찾았다』고 선언한 것처럼 군사·경제에서 대소균형을 회복했다.
한편 소련에서는 지도부가 대폭 개편되고 권력구조가 안정기에 접어들어 미국지도부와의 대면이 필요해졌다.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이슈는 역시 군비문제다.
영국은 유럽에 배치된 중거리핵탄두 문제와 대륙간 전략핵, 그리고 미국의 「스타워즈」계획(SDI)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있다.
분쟁지역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의제다. 그 중에서도 아프가니스탄과 중동 및 중미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다.
미소는 지금 세계를 이끌어 가는 양대 세력일 뿐 아니라 전 인류를 단숨에 파멸시킬수 있는 열쇠를 쥐고있다.
미소화해는 양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행복에도 필수적인 문제다.
오랜만에 재개되는 미소 정상회담이 신 냉전상태를 해소하여 신 데탕트시대를 여는 서막이 되기를 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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