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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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6월 30일 영변 핵시설 내 8천개의 사용 후 핵 연료봉에 대한 재처리 작업을 완료했다"고 미국에 통보한 사실이 12일 확인됐다.

미 듀크대에서 한반도 문제를 연구 중인 장성민(張誠珉)전 의원은 "북한이 지난 8일 뉴욕의 실무급 비공식 접촉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미 고위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주미 한국 대사관 관계자도 "미국으로부터 북한이 그 같은 통보를 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으며 본국 정부에도 알렸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동안 영변 핵 시설의 사용 후 핵 연료봉 8천개를 재처리하고 있다는 발언을 해왔으나 재처리 완료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그 같은 주장이 사실일 경우 북한은 5~9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게 될 것으로 평가했다.

20분에 걸친 8일 접촉에는 미국에서 국무부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 담당 대사와 사이드 국무부 부과장이, 북한에서는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 대사와 한성렬 차석대사가 참석했다.

미 고위 소식통은 또 "북한은 재처리 완료된 사용 후 핵 연료봉을 핵 억지력 확보를 위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하고 "영변 5MW 원자로도 이미 가동 중이며 적절한 시기에 이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말한 것으로 張전의원은 덧붙였다.

북한 朴대사는 또 "중지돼 있는 50MW .2백MW 원자로의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미 프리처드 대사에게 밝혔다는 것이다.

북한은 또 베이징 후속 회담과 관련, "미국의 다자회담 요구에 반대하지는 않으나 그에 앞서 북.미 양자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앞으로는 뉴욕 채널만을 북.미 공식 채널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을 북.미 접촉 채널로 계속 활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북한의 '선(先)양자회담-후(後)다자회담' 요구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NBC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도 "북한이 핵 재처리를 했다는 객관적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NBC방송은 지난 11일 " 미 정부가 영변 근교의 대기 샘플에서 핵 재처리를 했음을 의미하는 방사성 물질 크립톤 85를 검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관방부장관은 12일 "북한이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한국 정부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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