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참상 첫 해외 타전 독일 언론인 힌츠 페터, 광주에 잠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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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위르겐 힌츠페터 유족인 엘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가 15일 광주광역시 북구 망월동 옛 묘역을 찾아 남편의 유품을 기념비석에 안치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그토록 광주에 묻히고 싶다던 고인의 꿈을 이뤄주셔서 감사합니다."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가 광주광역시 망월동 묘역에 잠들었다. 지난 1월 25일 독일에서 타계한 고인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유품 안치식을 통해서다.

5·18기념재단은 15일 "망월동 5·18 구묘역에 힌츠페터씨의 손톱과 머리카락을 안치했다"고 밝혔다. 2005년 광주광역시를 찾은 힌츠페터씨가 "광주에 묻어달라"며 5·18기념재단에 맡긴 유품들이다. 안치식에는 힌츠페터씨의 부인 엘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79) 여사, 처제 로즈비에타 브람슈테트 미트(72)가 참석했다.

브람슈테트 여사는 "남편은 1980년 5월 많은 시민들이 돌아가셨던 망월동에 묻히는게 꿈이었고 희망이었다"며 남편의 유품을 분청사기에 담아 안장했다. 또 "이렇게 묻히게 된 것에 대해 뜻깊게 생각하며, 남편이 원했던 것을 광주가 잊지 않아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광주와 남다른 인연을 지닌 고인은 "내가 죽게되면 5·18이 있었던 광주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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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위르겐 힌츠페터 유족인 엘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가 15일 광주광역시 북구 망월동 옛 묘역을 찾아 남편의 유품을 안치하며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 뉴시스]

힌츠페터의 유품이 묻힌 망월동은 2002년 국립5·18민주묘지로 승격·이전되기 전까지 5월 희생자들이 안장됐던 곳이다. 5·18기념재단은 이곳에 힌츠페터를 기념하는 정원을 만들었다. 80년 당시 보도될 수 없었던 5·18의 참상을 전 세계에 처음으로 알린 고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다.

브람슈테트 여사는 16일 망월동 힌츠페터 정원에서 열리는 남편의 추모식에도 참석한다. 이 자리에는 5·18 당시 외신기자였던 브래들리 마틴, 노만 소프, 팀 셔록, 도날드 커크 등도 함께 한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이날 유가족을 만나 광주명예시민 메달을 전달한다. 광주시는 지난 2월에도 힌츠페터의 영결식에 조문단을 파견해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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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힌츠페터는 80년 당시 계엄군에 의한 참사현장을 가장 먼저 국외에 알린 언론인이다. 5·18 당시 독일 제1공영방송(ARD-NDR)의 일본특파원으로 근무하며 광주의 실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가 목숨을 걸고 촬영한 영상들은 계엄군들의 참혹한 진압 현장을 전 세계에 전달하는 자료가 됐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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