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베일 벗은 박찬욱의 '아가씨'…아름답고 강렬하고 기괴한 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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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박찬욱(53)이다. 그가 아름답고 강렬하고 기괴하고 욕망으로 가득 찬 영화를 들고 다시 한 번 칸을 찾았다. 5월 14일(현지 시간) 아침, 제69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 '아가씨'(6월 1일 개봉) 얘기다.

아가씨는 박 감독이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2013)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 극영화.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국 스릴러 소설 <핑거 스미스>를 원작으로, 그 배경을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시대의 경성과 일본으로 옮겼다.
이번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오른 <아가씨>는 14일 오전 8시 30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한 상영에서 첫 공개 됐다. 칸영화제에서 <올드보이>(2003)로 심사위원대상을,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에 해외 언론들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뤼미에르 극장은 영화가 시작하기 1시간 전부터 속속 기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곧 빈 좌석을 찾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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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씨>는 서로가 서로를 속고 속이는 이야기다. 과연 누구의 속셈이 최종적으로 성공할 것인가 하는 긴장감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2시간 25분의 상영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서책 애호가인 이모부(조진웅)의 조선 자택에서 사는 일본인 아가씨(김민희)의 막대한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백작 행세를 하는 사기꾼(하정우)이 그의 심복인 숙희(김태리)를 아가씨의 하녀로 들여보낸다. 총 3장(章)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장이 바뀔 때마다 속고 속이는 사람이 뒤바뀌고, 영상의 박자와 분위기 역시 달라진다.

기대한 대로, 영화 내내 박찬욱 감독 특유의 강렬한 미장센의 향연이 이어진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영국식과 일본식이 뒤섞인 저택, 의상, 미술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 것. 극 후반으로 가면 등장인물들의 욕망을 벌거벗은 채로 보여주는, 파격적인 장면이 눈길을 끈다.

영화 상영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는 박 감독과 주연배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제작사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가 참석했다. 박찬욱 감독의 대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하듯 질문 대부분이 박 감독에게 쏟아졌다. 그는 원작을 읽고 상대를 속일수록 그에 대한 감정이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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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는 이야기의 구조가 흥미로웠다고 영화화의 이유를 밝혔다. 강도 높은 동성애 연기를 선보인 김민희와 신예 김태리는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이었지만 영화에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아가씨의 레드 카펫 행사와 공식 상영은 14일 저녁 10시에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다.

칸=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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