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해외 서점가] 그가 가면 전쟁이 일어났다…20년 중동 종군기자의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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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And Then All Hell
Broke Loose)

리처드 엥겔 지음
사이먼 앤 슈스터 출판

이 책은 20년 넘게 중동지역을 취재해 온 종군기자 리처드 엥겔 NBC 방송 선임 특파원의 자서전이다. 그에게는 ‘전쟁 개시자’란 별명이 붙어 다닌다. 찾아가는 곳마다 전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기자로선 행복한 일일지 모르나 세계평화의 관점에서 보면 부담스런 별명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온기가 느껴지는 기자’다.

지난해 9월 헝가리로 진입하려는 난민들과 이를 저지하기 위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는 헝가리 경찰들이 뒤섞인 헝가리 국경에서 그는 생방송 중이었다. 그때 눈 앞에 만삭의 10대 여성이 실신해 쓰러졌다. 엥겔은 주저없이 생방송을 멈추고 실신한 여성에게 뛰어갔다. 머리를 고정시켜 여성이 숨쉬는 것을 도왔다. 엥겔의 구조 장면은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당시 출산을 불과 2주일 앞두고 있던 이 여성은 무사히 건강을 회복했다. 그의 트위터에는 많은 이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엥겔은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묵고 있던 호텔 침실에 총알이 날아들었고, 시리아에선 현지 무장단체에 인질로 붙잡혀 1주일 동안 감금당했다. 바그다드에선 자살 폭탄 테러로 숨진 친구의 사체 일부를 입에 문 채 돌아다니는 개를 목격하는 끔찍한 경험도 했다. 그는 이런 역경과 충격 속에서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쓰러뜨린 리비아 반군 지도자들을 인터뷰하고,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세력을 동행 취재했던 경험담을 들려준다. 그 뿐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고통 받는 현지인들의 고난과 절망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해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만 일으키지 않았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집단”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베스트셀러 (뉴욕타임스 5월 15일자, 비소설, 종이책·e북 합산)

① 무지개는 왔다 갔다(The Rainbow Comes And Goes), 앤더슨 쿠퍼·글로리아 밴더빌트 지음, 하퍼=CNN의 유명 방송인 앤더슨 쿠퍼의 모자 관계와 복잡한 가족사를 모자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② 수면 혁명(The Sleep Revolution), 알리아나 허핑턴 지음, 랜덤하우스=과학 연구가 밝히는 수면 부족의 위험성, 나아가 보다 효과적인 수면 습관을 위한 팁을 담았다. 저자는 허핑턴포스트의 설립자다.

③ 호흡이 공기가 될 때(When Breath Becomes Air), 폴 칼라니시 지음, 랜덤하우스=36세에 폐암 4기를 진단받은 외과 의사의 회고록. 의사의 위치에서 환자의 처지로 바뀌면서 느끼는 깊은 성찰을 담았다.

④ 슈 도그(Shoe Dog), 필 나이트 지음, 스크리브너=반세기 동안 나이키의 최고경영자 및 회장으로 재임한 창업자의 숨은 뒷이야기를 담은 첫 회고록.

⑤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 론 처노 지음, 펭귄=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을 사후 200년만에 재조명한 책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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