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외국인 뺏기나" 증시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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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대만 증시가 외국인 투자 환경을 대폭 개선하면서 국내 증시와 외국인 투자자금 유치경쟁을 벌이게 됐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만증권선물위원회가 하반기 중 '외국인 기관투자가 자격제도'를 대폭 완화키로 함에 따라 국내 증시가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됐다.

이 제도는 그동안 30억달러로 제한해온 외국인 투자금액 상한선과 최소 2년간이던 투자 의무기간이 폐지되고, 최소 자산규모 요건과 자격 신청 절차도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증권 한동욱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1998년 5월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전면 폐지했던 조치와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며 "산업 구조가 비슷해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MSCI) 국가별 지수비중에서 대만은 한국보다 14% 크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 규제에 따라 MSCI 신흥시장지수에서는 대만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의 66%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대만에 대한 투자비중이 증가하면 한국을 비롯한 다른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굿모닝신한증권 홍성태 투자분석부장은 "대만의 시가총액이 국내 증시의 1.3배에 달해 투자한도가 풀리면 외국인들의 매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대만 증시의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한국을 앞지른 것도 제도 변화에 대한 기대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증권 유승민 연구위원은 "한국 증시의 불확실성이 크긴 하지만 최근 외국인 시각이 많이 변화했다"며 "특히 이달 들어서는 외국인들이 대만보다 한국 증시에서 더 많이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아시아 주식을 사는 외국인들은 주로 글로벌 펀드인데 한국.대만 증시의 주요 매수 종목인 삼성전자.TSMC를 비교할 때 삼성전자를 높게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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