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단 많이 올린 보리 수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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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년 보리수매가는 예년보다 많이 올랐다. 물가상승률을 내세워 기획원을 중심으로 수매가를 낮게 하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쇠퇴일로에 있는 농촌현실을 정부는 배려한 것이다. 83년의 동결, 84년 2%인상에 비교하면 금년 수매가 인상폭은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5·5%의 인상이 농민들로서는 결코 흡족한 수준은 못되는 것으로 농수산부는 보고있다.
정부는 현 물가안정정책에서 볼 때 올해 도매물가·소비자물가가 모두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 상승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수매가 결정은 높은 수준으로 최근 농촌의 어려움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농촌의 부채증가와 소득저하를 고려해 웃돈을 얹어준 셈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가 자랑하는 현 물가안정은 저농산물 가격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더구나 복합영농시책의 추진으로 농가소득에 큰 몫을 해온 소 값은 지난 2년 사이에 마리 당 1백만원 이하로 하락, 오히려 소 사육농가에 손해를 입히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에는 양파· 고추 등 특작물마저 흉년을 이뤄 피해농가가 상당수였다. 농민들의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하곡수매가 결정은 그 동안 농민들의 희생에 비해 인색한 느낌이다. 상품가치가 하락, 소비자도 보리를 외면하는 현실에서 5·5%의 수매가인상을 결정한 당국의 고뇌는 이해할만하다.
보리의 경우 재고는 쌓여가고 소비는 줄고 있다. 75년 1인당 36·3kg이던 보리의 소비량은 작년에는 6·1kg, 올해에는 5·1kg으로 격감하고 있고 보리수매로 쌓인 양특적자만도 지난 70년 이후6천8백억원에 달하고 있다.
올해 보리 수매량은 약 2백만 섬이고 이에 필요한 돈은 1천4백20억원 정도다. 말이 좋아 보리재배를 농가의 자율에 맡겼지 사실상 감산정책을 써온 결과 올해의 보리 생산량은 사상최저인 3백만 섬이하로 떨어졌다. 그만큼 수매량도 줄게돼 농가에 풀리는 돈은 작년의 2천1백억원에 비하면 7백억원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더구나 정부는 주정과 사료용 원료를 보리로 대체하는 등 보리소비대책을 적극추진, 식용까지 합치면 내년부터는 연간 5백만섬의 보리생산이 필요하다. 이처럼 감산정책을 증산으로 전환해야되는 시점에 농민들의 보리재배의욕을 북돋우기 위해서는 수매가를 넉넉히 올려야했다.
보리는 수매를 해주지 않는 한 농민들로서는 판로가 없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보리재배는 수매가인상보다 오히려 정부의 수매량에 좌우되었다.
보리증산을 위해서는 파종 전에 전량수매를 농민들에게 약속하고 최소한 보리수매가로 농촌구매가격을 웃도는 선에서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주는 것이 긴요하다. 보리농사는 겨우내 노는 땅에 대한 일종의 취로사업이다. 너무 벌어진 도농간의 격차를 생각해서라도 한 점 집어줘도 바람직한 것이. 쌀·보리의 수매가결정이다. <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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