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마음 녹여 줄 앙증맞은 신 스틸러,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의 아역 배우 김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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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에는 영화에 숨통을 틔워 주는, 최연소 신 스틸러가 등장한다. 언니 동이와 함께 홍길동의 곁에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흥미진진한 여정을 함께하는 말순이다. 이들 자매는 자신들의 할아버지에게 복수하려는 홍길동의 속셈도 모른 채, 할아버지를 찾아 주겠다는 길동의 말에 동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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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의 아역 배우 김하나[사진 영화 `탐정 홍길동` 스틸컷]

모든 단서를 기록하며 길동을 돕는 언니 동이와 달리, 눈치 없는 말순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거짓말하는 길동에게 “아저씨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것 같아요. 왜 일을 저런 식으로 해?”라며 핀잔을 준다.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한 길동을 대단하다고 치켜세우는 언니에게 “대단하긴 한데, 그래도 좀 이상하긴 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이처럼 예리한 대사를 툭툭 내뱉으며 길동을 당혹케 하는 말순의 귀엽고 앙증맞은 매력은 관객을 무장해제시킨다. 말순은 언니 동이와 함께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건조한 길동을 변화시키는 인물로, 조성희 감독이 가장 공들인 캐릭터다. 감독은 아역 배우 에이전시들의 웹 사이트를 모두 뒤져, 말순 역의 김하나(7·부산 해원초등학교 1학년)양을 찾아냈다. 수소문 끝에 하나를 만났지만, 입도 열지 않고 연기에 대한 의지도 없어 보였다. 연기는커녕 촬영 경험조차 전무했다. 포기할까 고민하던 감독의 머릿속에 귀엽고 장난기 넘치는 하나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고, 주변에서도 ‘볼매(볼수록 매력 있는 얼굴)’라며 감독을 부추겼다. 감독은 “하나를 캐스팅한 건 모험이었지만, 뭘 하든 눈에 쏙쏙 들어오는 귀여운 매력을 무시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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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탐정 홍길동` 스틸컷]

당시 여섯 살이던 하나는 감독에게 두 달간 일대일 연기 교습을 받은 뒤 촬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촬영이 순조로울 리 없었다. 감독은 하나에게 모든 동작의 시범을 보여 주며 따라만 하라고 했고, ‘목소리 크게’ ‘턱 좀 당기고’ ‘화난 것처럼’ 등 모든 걸 세세히 지시해야 했다. 긴 대사는 끊어서 촬영했다.

우는 장면은 더욱 힘들었다. 감독은 “맨날 장난만 치고, 하나 때문에 화났어. 다시는 오지 마”라고 호통치며, 하나를 실제로 울린 뒤 카메라를 들이대고 대사를 말하게 했다. 감독의 의도를 파악한 하나가 나중에는 “감독님이 혼내 주셔야 해요. 그래야 잘 울 수 있어요”라며 감독을 다독였다고 한다.

극 중 말순을 매정하게 대하는 길동 역을 맡은 이제훈도 “하나가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차갑고 쌀쌀맞게 대하는 연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영화사 비단길의 김수진 대표는 “하나가 NG를 많이 내는 바람에 이제훈도 같은 연기를 수차례 반복해야 했지만, 싫은 기색 한 번 보이지 않았다”며 “하나는 촬영장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마스코트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조성희 감독은 영화 후반부 길동에게서 위로받은 말순이 울음을 뚝 그친 뒤, ‘아저씨, 그런데 우리 진짜로 이제 못 만나요?’라 묻는 장면에서 하나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기해 업어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극 중 말순이 길동 모르게 감사의 편지를 써서 주머니에 넣는 장면이 있는데, 하나도 촬영 중 삐뚤빼뚤한 글씨로 ‘감독님,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쓴 카드를 제게 주었어요. 어찌나 기특하고 예쁘던지, 그간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녹아내리더군요(웃음).”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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