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뉴욕 맨해튼 공공도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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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공공도서관이 도서 구입을 위해 팔기로한 작품. 길버트 스튜어트가 그린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위)와 아셔 듀란드의 작품 ‘동지’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는 웅장하고도 품위있는 대리석 건물이 있다. 뉴욕 공공도서관(NYPL)이다. 100년이 넘은 이 건물은 외형부터 박물관이나 미술관 냄새를 물씬 풍긴다. 안에도 벽면 곳곳에 대형 미술품이나 조각상들이 걸려 있다. 3층의 방 하나는 전체가 화랑이다.

이런 뉴욕도서관이 알짜배기 예술작품 19점을 연내 팔기로 했다. 팔려는 회화 15점과 조각 4점 가운데는 길버트 스튜어트가 18세기 말에 그린 미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 두 점과 풍경화로 유명한 아셔 듀란드가 19세기 중반에 그린 '동지(Kindred Spirits)'가 최고로 꼽힌다. 뉴욕 도서관은 수백 점의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작품을 다 합쳐도 19점의 가치에 못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술품 경매업체인 소더비는 19점의 가격이 7500만 달러(약 7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폴 레클럭 도서관장은 " 예술작품을 팔아 희귀본과 귀중한 원고를 더 구입하기 위한 것"이라며 "훌륭한 도서관은 넘쳐나는 정보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뉴욕도서관은 1550만 권의 책을 포함해 4330만 종류의 문헌을 소장하고 있다. 올해 책 구입 예산만 1300만 달러에 이른다. 그래도 더 많은 서적을 사야 한다는 것이 레클럭 도서관장의 소신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뉴욕시.주정부의 보조금과 개인.기업들의 기부금이 감소한 것도 이번 매각에 영향을 미쳤다.

뉴욕도서관에 대한 기부금은 2000년 5억3000만 달러로 최고였다가 현재는 25%가량 줄었다. 그러나 매각에 대해 도서관 이용자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엇갈린다. 회사원 에릭 스트랜드는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명화도 즐길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미술계에선 반대 목소리가 높다.

대학원생인 제임스 스튜어트는 "책 구입 목적이어서 반대하지는 않지만 매입자가 예술작품을 공공 관람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욕도서관도 공공 전시를 약속하는 측에겐 더 좋은 가격조건에 팔 계획이다. 예술품을 가까이 즐기려는 뉴욕 시민들의 마음을 엿보게 한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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