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 받아 46만원 긋고 103억 특혜…육군 과학화 훈련 시스템 성능 미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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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본부가 지난해 103억원을 들여 구축한 과학화 훈련시스템이 성능 미달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대령, 결함 나오자 평가 바꿔 계약
감사원, 방산 비리 적발해 징계 요구

11일 감사원에 따르면 해당 계약의 체결을 지시한 A대령은 운용 시험 평가에서 제품 결함이 드러났는데도 평가 방식을 업체에 유리하게 바꾸는 특혜를 제공했다. A대령은 개발업체인 LG CNS의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하고 식사 대접도 받았다.

A대령이 쓴 법인카드 금액은 46만5000원으로 자신이 다니던 대학원 박사 과정 학생들의 여행을 위해 음료수를 구매하고 사진을 인화하는 데 썼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이 포함된 국방부·방위사업청·육군본부 등 3개 기관에 대해 실시한 무기·비무기체계 방산 비리 기동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과학화 훈련시스템은 전차와 보병의 위치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자동 감지해 실제 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표적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한 체계다. 그러나 육군이 3차례 실시한 운용 시험 평가에서 LG CNS의 시스템은 장갑차의 위치와 영상정보를 제대로 송수신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A대령은 통신 접속 여부만을 확인하도록 평가 방식을 변경한 뒤 적합 판정을 내렸다. 그는 또 전차가 특정 지점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표적이 올라오는 전차표적기 자동 운용시스템의 작동률이 72%에 불과한데도 합격 판정을 내렸다.

육군본부가 ‘실전 같은 훈련’을 위해 운용 중인 ‘교전훈련장비(마일즈)’ 시스템 역시 성능 미달인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 기능인 공포탄 감지율의 허용 오차가 100발당 한 발 이하인 100±1%여야 하는데 시험 평가 결과 모두 83.8~92.8%로 기준에 못 미쳤다. 이 사업을 담당한 B준장은 “내가 책임지겠다”며 외부 위원들의 평가를 무시하고 합격 처리했다.

육군은 이미 152억원을 들여 장비 4세트를 구매했으며 추가로 2019년까지 약 600억원을 투입해 16세트를 더 도입할 계획이다. B준장이 납품업체인 코리아일레콤으로부터 어떤 대가를 받았는지는 감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감사원은 군에 A대령과 B준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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