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의 군사협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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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일본 신문들은 한·일양국의 군사관계에 대해 새로운 관심과 움직임을 보였다.
산께이(산경)신문이 10일 우리 해군기동함대의 일본 기항설을 보도하더니 다음날엔 요미우리(독매)가 주한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공군합동훈련 계획을 보도했다.
이 두개의 보도는 당사국 관계당국의 확인이 없어 아직은 진상이 명백치않은 상태이나 그 가능성이 전혀 없는것은 아니다.
한·미·일 관계를 흔히 남방 3각관계라는 말로 표현해 왔다. 이것은 북한·중공·소련의 북방 3각관계에 대칭시켜 만들어진 용어다.
한·미·일 3개국이 경제·외교등 전반적인 면에서 명실상부한 3각관계를 이루고 있는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군사관계는 아직까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두개의 쌍무관계가 있을뿐 한·일간의 직접적인 군사관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즉 동북아 자유진영의 안보체제는 53년에 조인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바탕으로 한 한·미 군사동맹과 60년에 체결된 미·일상호협력 안보조약을토대로한 미·일군사동맹 뿐이다.
65년에 한·일 기본조약이 체결되고 거기에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함에 있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함이 필요하다』고 돼있으나 이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반적인 동북아 국제체제를 의미하는 것이지 한·일간의 직접적인 군사관계를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한·일 군사관계는 미국을 통한 간접적인 관계, 또는 미·일군사관계의 연장에 불과했다.
미국은 한국·일본과의 개별적인 방위조약에 따라 이 지역의 안보를 유지할 책임이 있고, 이 책임의 수행에 일본이 기지제공·공동훈련등의 형태로 참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한국에까지 그 영향이 미치는 정도였다.
주한미군과 일본자위대의 합동훈련도 그같은 미·일 군사관계의 일환이다.
그러나 한·일간에 직접적인 군사관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군부의 고위인사 상호방문이나 제한된 범위안에서의 정보교환등이 이루어져 왔다.
한·일군사관계는 그 성격상 지극히 미묘한 문제다. 그것은 양국간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일본과 이 지역 공산국가와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따라서 한·일군사관계는 전시와 평시를 구분하여 신중히 설정·전개돼야한다.
전시의 경우는 한·미·일 공동전략에 따라 공동작전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평시의 경우는 외교·교육적인 목적의 상호교류나 군사정보·과학기술의 교환등에 국한시켜야 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협력은 공산진영을 자극시켜 오히려 이 지역의 평화에 유해한 요소도 없지 않다.
지금 거론돼있는 한국해군기동함대는 해사졸업반을 위해 실시되는 연례적인 원양훈련이다.
따라서 이 함대가 귀로증 일본에 기항한다해도 그것은 군사적인 의미보다는 친선 혹은 단순항해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
그러나 북한과 소련이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를 전례 없이 맹렬히 비난하고있고 남북대화가 진행되고있는 이때 일본이 과거에 없던 한국함대의 방일을 거론하는것은 의아한 생각도 든다.
현재로서의 바람직한 한·일군사관계는 미국을 통한 간접적인 관계, 기술·정보·교육분야의 교류등 작전외적 수준에 국한된 형태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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