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청소년의 해를 맞아 지난 5월 한달동안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2회 청소년공연예술제는 작년에 비해 참가규모가 2배이상 늘어났고 행사내용도 다채로와졌으나 전체적인 기획의 엉성함과 TV방송국의 생색위주의 내용없는 기획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
2백12개단체 1만2천여명의 참가와 합창·무용·연극·발레·교향악·뮤지컬을 비롯해 국악·농악·마당놀이·인형극 등 현대와 전통공연예술이 총망라된 이번 잔치는 청소년들의 참여프로그램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을 뿐 관람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관람하기에 부적당한 것을 억지로 수집한 듯한 인상을 주었고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객석이 텅 비었었다. (국립극장측의 관람객 집계 28만여명)
그런대로 빛을 보았던 것이 도랑청소년극단의 『방황하는 별들』과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등.
광장에서 있었던 『젊음의 행진』 『조용필과 함께』『팝콘서트』 등은 단순히 TV방송국스튜디오를 국립극장으로 옮겨온 듯한 느낌이고, 8∼13일까지 대극장에서 막을 올렸던 연극협회의 뮤지컬 『돈·키호테』는 1천7백만원의 지원금에도 불구하고 3천명의 학생동원에 그쳤다.
또 『돈·키호테』의 공연기간중인 10일에는 합창무대가 같은 장소에 끼여들어 무대세트를 뜯어내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25일 하오 4시부터 4시간여에 걸쳐 소극장에서 무대가 마련된 완창판소리 흥보가의 경우 그 판소리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소란스러운 바깥 놀이마당의 환경때문에 청소년들에게는 걸맞지 않은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24-26일 공연된 마당놀이 『이춘풍전』은 평양기생과의 주색잡기에 가산을 탕진하는 이춘풍의 이야기. 이미 여러번 재탕됐던 이 마당극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걱정된다. 『호랑이놀음』 『북청사자놀음』 『봉산탈춤』 등이 쉴새없이 공연됐던 놀이마당은 동네노인들의 경로잔치무대로 변했다. 청소년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행사의 모든 프로그램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소극장, 놀이마당, 실험무대, 광장 등 국립극장안에서만 열렸다. 이 때문에 서울의 청소년만 청소년이고 서울의 어린이만 어린인가하는 불평도 있었다.
서울에 사는 어린이라 하더라도 복잡한 시내의 교통사정 때문에 국립극장에 가 보기란 쉽지 않다. 어린이 노래자랑 같은데는 부근의 꼬마들이 몰려들어 동네잔치처럼 소란스러웠다.
결국 이 행사는「크게 집중적으로」보다는 「작게는 흩어져서」했어야 보다 알차고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공연예술에의 접촉기회를 확장시키려면 공연단체로 하여금 학교나 지역 순회공연을 하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문화격차 해소라는 점에서도 서울에서의 집중공연은 개선되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양헌석기자>양헌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