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종박사<89·전 숙대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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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늙으면 힘을 저축해야해요, 힘을…. 노후를 위해 돈을 저축하듯 힘을 저장해야 건강하지.』
매사에 정력적이고 일에 몰두하는 일산 김두종박사(89·전숙대총장·전서울대의대교수)는 그러나 남모르게 「무리하지 않도록 극히 조심해왔다」고 건강지론을 편다.
젊었을 때는 다소 무리를 했지만 50대, 60대를 거쳐 70∼80대에 이르는 동안 각 연령층에 따라 철저하고도 적절하게 힘의 저축을 해왔다는 김박사의 말이다.
미수를 지낸 요즈음도 매일 새벽 5시30분이면 명륜동 뒷산을 거쳐 삼청동 옥류정까지 1시간30분간 다녀오는 아침산책을 거르지 않는다.
30여년전 현재의 집(서울명륜동3가70의1)에 이사온 후 계속해온 아침 습관.
10년전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지난 1일에 한양대에서 열린 역사학대회에 과학사학회명예회장자격으로 참석하는 등 비교적 시내나들이가 잦은 편.
동갑인 일석(이희승씨) 두계(이병궐씨) 동호(윤일선씨) 등과 자주 어울려 차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누는 것이 큰 즐거움의 하나다.
잡지 등에서 요즈음도 원고청탁이 들어오지만 학술논문 등은 잘 써주지 못하고 가끔 잡문이나 써주는 정도라는 것.
역사학의 태두인 그는 남들이 잘하지 않는 이 분야에 평생을 바쳐온 것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만주의대에서 의사학을 공부하고 만주사변을 몸소 겪었던만큼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요즘 젊은 의사들은 임상을 하려고 하지 돈 안생기는 의사학을 하려는 사람이 적다』며 이 분야에 뚜렷한 후진이 많지 않음을 아쉬워한다. 이러한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미국·독일 등도 비슷하다는 것. 『건강은 정신상태가 중요하지. 매사에 의욕을 갖되 정신적 안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김옹은 이런 「안정」과 육체적인 힘의 저축을 건강을 위한 「자기의 힘」이라고 표현한다.
건강을 위해서 유별나게 육체적인 노력은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천성적으로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잠을 잘 자는 것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됐다.
저녁식사때만 밥을 주식으로 하고 아침·점심은 빵·우유·오트밀·과일 등으로 때운다. 만주에서 살던 때부터의 오랜 습관이다. 저녁식사는 60여년을 해로한 부인(80세)이 차려주는대로 평범하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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