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노동당 대회, 김정은 독제 체제 강화 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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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은 북한이 노동당 제7차 대회를 통해 김정은 체제의 확립을 국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6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장기 집권을 위한 체제 기반의 확립을 과시하고 핵 보유를 다시 선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도 “북한은 헌법으로 조선노동당이 국가의 모든 활동을 지도한다고 정하고 있고 당 규약에선 당 대회를 ‘최고 지도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김정은 제1비서는 가장 중요한 정치 이벤트를 통해 독재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이 노동당 대회에서 과시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아사히신문은 “과시할 수 있는 김정은 체제의 업적은 핵과 미사일 개발 정도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는 침체되고 있고 과거 당 대회처럼 새로운 경제 계획 등을 발표해도 최대 원조국인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돼 실현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당 대회를 앞두고 지난 2월부터 전력과 농업·수산 등의 시설 정비와 생산을 강화하는 ‘70일 전투’를 펼쳤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일 “공업 생산액은 목표의 144%를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부풀린 보고가 많은 것으로 보이며 무리한 동원으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 대회 이틀째인 7일부터는 노동당 규약 개정과 정치·경제·외교 분야의 주요 정책에 관한 결정서 채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 규약에는 2012년 개정 헌법에 담긴 ‘핵 보유국’의 문구가 새롭게 명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요미우리는 내다봤다. 당 중앙위원의 선출도 이뤄질 전망이며 대규모 세대교체가 실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지통신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이 승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폐막은 8일로 예상되지만 회기 중에 시민 등의 축하 공연이 실시되면 9일로 늦춰질 수도 있다.

NHK는 “지난 1980년 10월 노동당 대회에는 118개국의 대표단이 초청됐는데 이번엔 외국의 대표단 방문이 일절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핵 실험 등으로 국제적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외국 대표단을) 초청했다가 거절당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 국영인 조선중앙TV는 이날 평소보다 빠른 한국시간 오전 8시30분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망치와 낫, 붓이 그려진 노동당 마크를 배경으로 한복을 입은 여성 앵커가 “제7차 당 대회가 열리는 뜻 깊은 날이 왔다. 역사적인 계기가 되는 오늘 아침, 모든 당원과 군, 국민은 조국을 주도하는 조선노동당에 한없는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이어 “조선노동당은 역사의 분기점마다 당 대회를 개최하고 그것을 전환점으로 조국과 국민의 운명에 위대한 변혁을 이룩했다”고 강조했다. 또 36년 만의 당 대회 개최를 결정한 김정은 제1비서를 칭송했다고 NHK는 보도했다.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혁명을 승리와 영광의 길로 이끌어온 당의 위대성과 불패의 위력이 힘차게 나타났다. 당이 거둔 불멸의 업적을 공고히 하며 혁명의 길을 끝까지 가기 위한 발판을 갖추는 역사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당 대회의 의미를 밝혔다. 이어 “과거 수십 년간 우리 당과 국가를 압살하는데 주력해온 미국과 추종 세력에게 철퇴를 내릴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맞서는 자세를 드러냈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베트남을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이날 새벽 기자단에게 “이번 당 대회는 김정은 체제 밑에서 처음 개최되는 것으로 북한이 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회가 어떻게 자리매김될지, 정책과 간부 인사에서 어떤 결정이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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