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원도 서울올림픽에 관심|본사 김동수특파원 동베를린서 제 2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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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차대전때 허물어진 건물을 아직 수리하지 못한 곳도 많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동베를린의 첫 인상은 매우 깨끗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길거리는 담배꽁초 하나 보이지 않을 만큼 말끔해 기자는 담배꽁초 버릴 곳을 찾으려고 여러번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시민들에게는 질서가 완전히 체질화 된 듯 인적이 전혀없는 횡단보도에서도 자동차들이 교통신호를 엄격히 지키는 것이 눈에 띄었다.

<생필품값 많이 싼 편>
○…기본식생활에 관한한 동독은 그들 정부주장대로 언뜻「천국」같은 인상을 주었다. 한국기자 7명이 베를린교외의 포츠담을 둘러보고 식당에서 맥주와 코피를 곁들여 점심식사를 한값이 모두 35동독마르크 (약1만5백원). 외국여행객만을 상대로 한 기자가 묵고있는 호텔의 한끼식대가 보통 30서독마르크 (약 9천원) 인 것을 감안하면 동독의 시중 생활필수품값이 얼마나 싼지를 알 수 있다.
동·서독 마르크공식환율은 1대1이지만 암시장 환율은 5대1로 서독마르크가 강세. 동독은 외국관광객이나 동독을 방문하는 서독국민들로부터 서독마르크만을 공정환율로 받고있어 엄청난 실질외화획득을 하는 셈이다.

<개막식 tv직접중계>
○…동독은 이번 IOC총회를 중요한 국가행사로 여기는 듯 했다.
3일하오의 총회 개막식에는 국가 원수인 「호네커」 와 「넬·슈토프」 수상을 비롯해 고위관리가 참석한 가운데 TV로 직접 중계됐다.
1백70년전 건설됐다가 전쟁으로 파괴되어 84년 새로 복원한 콘서트 홀 샤우슈 필하우스에서 열린 개막식에서는 「바하」 의 『토카타』 와「베토벤」 의 『9번 교향곡』이 기념 연주됐다.
이날 개막식연설 서두에서「사마란치」 IOC위원장은 최근 몇년동안 『올림픽운동을 덮고있던 먹구름이 걷히고 푸른 하늘이 보이고있다』고 말해 최근 동구권국가들이 88서울올림픽에 적극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동독측조사는 엄격>
○…복수비자를 받은 한국기자들이 서베를린의 한국식당등을 찾기위해 자주이용하고 있는 동베를린의 프리드리히 슈트라세 전철역은 서베를린 시가 운영하는 S-반(전철) 과 U-반(지하철) 이 통과하는 서베를린과의 연계교통요지.
서베를린 당국은 이곳을 왕래하는 승객들의 출입국수속은 거의 실시하지 않은 채 그대로 통과시키고 있으나 가끔 마약이나 값싼 동독 담배등의 밀수범과 무임승차등을 적발하기 위한 검문검색을 실시하기도 한다. 반면 동베를린측은 동베를린 시민의 출국을 엄격히 통제하고 외국인방문객에 대해서도 3번에 걸쳐 여권· 휴대품· 신분조사를 하고있다.
동베를린측은 또 서구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비자발급비용까지 1인당 15마르크 (약4천5백원) 씩, 그것도 달러나 서독마르크로만 받아 외화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서독국민이나 서독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에 대해서는 서독정부가 그 비용을 대신 내주고있다.

<서울올림픽 성공희망>
○…IOC총회를 계기로 동독측은 1일의 입국과정에서부터 한국대표단· 기자들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려고 애쓰는 듯 했다.
찰리검문소에서『IOC총회를 취재하려는 사우스 코리아기자』 라고 말하자 세관관리는 선뜻 8일간의 복수비자를 내주면서 『한국의 올림픽경기장 시설은 어떤가』 고 물었다.
『대부분 완공단계에 있다.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 고하자 『우리는 올림픽에 관심이 많다. 서울올림픽이 잘 되기를 바란다』 며 씩 웃었다.
앞서 지나간 사람들의 휴대품 검사과정을 보고 까다로우리라 생각했던 입국과정에서 기자에게는 휴대품검사나 외환신고도 생략한 채 『그냥 가도 좋다』 며 여자세관관리가 나가는 곳까지 데려다 주였다.
비자를 신청할 때는 토요일 하오였던 때문인지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았다.
휴대품을 검사하는 세관관리는 모두 여자였다.

<미소병력이 영토관할>
○…서베를린의 동쪽 크로이츠베르크구에 위치한 찰리검문소는 동서베를린의 경계이자 2차대전 당시 연합군이었던 미·소가 서로 갈라져 대치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동서독경찰· 세관원들이 배치되어 있긴 하나 실질적인 영토관할은 미·소에서 파견된 병력이 하고있다.
검문소자체는 평온한 모습이고 동독관리들 또한 미소작전을 펴는등 애써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만 여기에서 한발짝만 벗어나면 철조망이 쳐진 높은 담장과 서베를린을 섬처럼 둘러싼 인공운하시설, 그리고 자동화기용이 곳곳에 설치되어있어 「쉽게 넘을 수 없는 장벽」임을 실감케 하고 있다.
찰리검문소입구에 세워진 분단박물관에 들어서면 동독측이 가설해놓은 이 장벽이 자유를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아픔을 주고있는지를 피부로 느낄수 있다. 자유로운 왕래를 금지당한 수많은 동독인들이 갖가지 방법으로 장벽을 넘다가 희생된 사실들이 사진· 통계등의 자료를 통해 적나라하게 나타나있으며 동독의 왕래방해공작수법도 여실히 보여주고있는 것이다.

<양베를린 오가며 식사>
○…동독측이 한국기자에게 호의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다른 외국입국자들과 똑같이 복수비자를 발급했다는 사실에서 엿 볼수 있다.
8일간의 체류허가기간증은 몇 차례고 제한없이 서베를린을 왕래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대표나 기자들은 한국음식생각이 나면 곧 잘 서베를린으로 넘어가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오곤 한다.
프레스센터의 동독측 관계자들도 한국기자들에게 체류허가기간중 아무런 제한없이 여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자들이 드레스덴과 라이프치히등의 도시를 단체로 여행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히자 호텔에 신청하면 가능하다고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동독측은 IOC총회가 열리고 있는 시내중심부의 팔라스트 호텔 주변경비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듯 했다.
호텔투숙객은 IOC 총회관계 대표들뿐이었고 보도진은 아래층 로비까지만 출입이 허용될뿐 식당이나 객실출입은 제한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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