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진승현씨에 3억5000만원 받아 DJ 숨겨놓은 딸에 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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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김 전 대통령이 숨겨놓은 딸을 뒷바라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이른바 '진승현 게이트'에서 나온 국정원의 '특수사업'이 김 전 대통령의 딸과 관련됐다는 것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본지가 입수한 '진승현 선처에 관한 호소문'이라는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0년 초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과 정성홍 전 경제과장이 병을 앓고 있던 김 전 대통령의 딸 △△(34)씨를 위해 벤처기업가 진승현(32.형집행중지 중)씨에게서 3억5000만원을 받아 모친 김○○(사망)씨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문건은 A4 용지 4장에 3600여 자로 돼 있다. 문건은 ▶김 전 대통령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는 사실▶김 전 대통령이 숨겨진 딸의 모친을 만나게 된 경위▶국정원이 딸을 경제적으로 도와주게 된 과정▶진승현씨가 개입하게 된 전말▶'특수사업'의 실체▶진승현씨의 병세 등을 상세히 적고 있다.

◆ 언제.누가.왜 작성했나=호소문의 작성시기는 김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인 2003년 말로 추정된다. 작성자는 전직 국정원 관계자 또는 진씨 측 인물로 보이며 목적은 진승현씨에 대한 형집행정지를 받아내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지난해 입수해 보관해온 이 문건은 등장인물과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내용의 신빙성은 높다. 수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진승현 게이트로 처벌받은 사람들이 DJ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희생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DJ 측이 나서서 현 정부에 이들의 선처를 부탁해주도록 압박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씨는 2003년 5월 뇌종양으로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 현재까지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 DJ 딸 누구인가=호적등본에 따르면 김△△씨는 1970년 7월 6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태어났다. 당시 신민당 소속 국회의원이던 김 전 대통령이 김영삼.이철승 후보와의 경선을 통해 대통령 선거 후보로 선출되기 두 달 전이다.

김씨는 외조모(85)의 호적에 올려져 있으며 아버지의 이름이 기재돼야 할 자리는 공란으로 남아 있다. 김씨는 현재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무기중개상인 조풍언씨가 마련해준 것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조강수.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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