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렌터카 빅3, 제주도에선 허덕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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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황금 연휴와 다가오는 여름 성수기를 맞아 제주도 시장을 잡으려는 렌터카 업체들의 경쟁이 뜨겁다. 제주도는 연간 1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렌터카 천국’이다. 그런데 롯데렌탈과 AJ렌터카·SK네트웍스 등 국내 렌터카 시장을 절반 가까이 나눠 갖고 있는 3개사가 유독 제주도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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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업체의 국내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46.4%였지만 제주도에서는 18%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 82%는 제주·탐라렌터카 등 90여 개 현지 업체가 나눠 갖고 있다. 전국적 영업망을 갖춘 대형 3사가 왜 유독 제주도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걸까.

섬시장 특수성, 가격 경쟁력 원인

업계에서는 제주 시장의 특수성에 3개사가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는 내륙과 떨어져 있어 비행기·숙박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에어텔카(항공기·숙박·렌터카)’ 상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현지 렌터카 업체는 제주도의 여행사·숙박업체 등과 손잡고 영업하기 때문에 고객을 고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여행사·숙박업자가 직접 렌터카 회사를 차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모바일·인터넷 등 자체 영업력에 의존하는 대형 3사의 영업 방식으로는 경쟁이 어렵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현지 업체들의 영업망이 촘촘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고 말했다.

또 가격 경쟁력에서도 대형사가 뒤지는 것이 사실이다. LF쏘나타의 주말 24시간 이용 가격을 비교하면 대형사는 12만~16만원 선(보험료 제외)인데 비해 현지 업체는 8만~14만원 선으로 낮다. 지역에서는 90여 개 렌터카 업체가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대형 렌터카 3개사는 자체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대형사로서는 신규 차량을 대량으로 운송하기 어렵고 성수기와 비수기가 명확히 나뉘는 제주시장의 계절적 특성 탓에 공격적으로 신규 차량을 늘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런 폐쇄된 시장 환경이 오히려 제주도 렌터카 시장의 경쟁력을 깎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제주도가 제주공항 내 렌터카 영업을 금지하는 등 영업 환경은 변화하는데 과거의 영업방식 고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렌터카 업체 관계자는 “렌터카는 영업이 손쉽고 신고제 사업이라 누구나 뛰어들 수 있다”며 “다만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과당 경쟁이 서비스 질 저하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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