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상황담은 소설출간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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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70년대의 시대상황을 조명해 보려는 작업이 소설 속에서 차츰 부각되고 있다. 80년대의 중반에 와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 같은 작업은 시대의 징후에 대한 분석작업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어 작가들이 그 시대를 조명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가고 있고 70년대가 우리 정치·사회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온 시기이며 이에 대한 작품이 필요해 졌다는 인식이 작가들에 강하게 생겨난 결과다.
최근에 나온 이 같은 작품은 정종명씨 『거인』(소설문학연재중), 김원우씨의 『짐승의 시간』 (문장중앙연재중), 조성기씨의 『자유의 종』등이다. 이들 작품은 70년대의 젊은이들이 무엇을 열망했고 고뇌했으며 시대상황 속에서 어떠한 굴절을 겪었는가, 격변하는 상황 속에서 자의식 없이 휩쓸려간 군상들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등 시각은 다르지만 다같이 70년대란 시대를 다각적으로 살펴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정씨의 『거인』은 학생운동을 한 한 젊은이를 다루고 있다. 70년대에 대학생이 된 주인공은 당시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인 상황 속에서 정의감에 눈뜨게 되라고 그는 학생운동을 하게되며 그때부터 많은 곡절을 겪게된다. 정씨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정면으로 대결하는 모습보다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갖게되는 사랑·우정의 세계와 정의감의 발로에 의해 겪게되는 고난에 의해 일어나는 상황을 교직하며 인간적인 고뇌를 그려내려고 한다.
정씨는 앞으로 이 작품 속에서 정치의 경직 부의 편재, 사회적 부도덕성 등을 배경으로 지적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원우씨의 『짐승의 시간』은 70년대의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격변에도 불구하고 자의식 없이 휩쓸려간 모습을 한 연극인의 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사화적 상황과 중압을 항상 느끼고 있는 젊은 연극인인 주인공은 기성세대들이 자아를 잃어버리고 세계관을 갖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본다.
그러나 자신도 그들과 한 부류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70년대를 휩쓴 배금주의, 시대상에 대한 무관심을 가장한 이기주의에 대한 고발을 이 소설은 담고 있다.
김씨는 『이러한 기성세대의 모델이 한 등장인물에 의해 충격적으로 깨지면서 시대상에 눈 떠가는 모습을 그려보겠다』고 말했다.
조성기씨의 『자유의 종』은 한 법학도가 종교의 세계로 몰입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법을 전공해보려 하지만 70년대의 상황은 그로하여금 그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지게 한다. 그는 법 공부를 하지 못하고 방황하며 결국 종교의 세계로 몰입한다. 상황에 의한 70년대를 다루는 소설이 40대 후반의 작가들에 의해 나오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그들은 젊은 감수성으로 그 시대를 느끼며 살아온 작가들이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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