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 해」10년... 평가 세미나|계몽의 시대에서 행동의 시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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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75년부터 85년까지 UN이 정한 여성 10년은 한국여성의 의식계몽 시대였다. 이제부터는 행동의 시대로 들어간다』이는 지난 18일 상오10시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한국여성단쳬협의회 UN 여성 10년 평가세미나에서의 홍숙자회장의 결론이었다. 오는 7월 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열릴 UN 세계여성대회를 앞두고 열린 이날의 모임에서는 취업·교육·보건 등 3개 분야로 나누어 지난 10년간의 한국여성들의 변화를 평가했다.
결론은 남녀평등과 종래의 성 역할의 시정을 요구하는 등 여성 스스로의 인식은 높아지고 있으나 현실세계의 여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취업분야에 관해 주제발표를 한 이동원교수(고려대·사회학)는 한국여성과 경제활동률은 지난 10년간 상대적·절대적으로 늘어났지만, 경제적 지위는 여전히 남성동료보다 불리하고 불평등하다고 말했다.
또 여성의 경제활동은 약80개의 긱종 중 일부분인 단순노동 등에 치우쳐져 있으나 점차 통계학자·화계사·법률가·계산기 조작원 및 우평물 취급원 등 다양화를 띠는 폭으로 발전하고있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분야아서의 한명희교수(동국대·교육학)는 교육변화의 평가기준인 멕시코대회와 코펜하겐대회의 행동강령을 준거로 볼 때 한국 여성교육의 발전은 실로 미흡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지난 10년간 유일하게 뚜렷이 눈에 띄는 변화는 교육 기회균등의 질적 증가. 그 중에서도 중학교 진학률은 남자 99·1%, 여자98%로 거의 완전하고 성별격차도 없다.
대학수준의 여학생 진학률은 75년 24·9%에서 83년 35·8%로 대폭 증가했지만 교육수준이 상승할수록 여성 진학률이 낮은 것은 여전하다.
남녀 평등의 핵심부분인 교육과정에서도 눈에 보이는 발전을 찾아볼 수 없어 새 교육과정의 교과서는 여전히 삽화·사진·서술 인물의 성별빈도와 성격묘사 등에서 남녀차별의 전통적 고정관념을 잠재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분야에 관한 사묘에서 김의숙교수(연세대·간호학)는 한국여성들은 교육·춰업·가정 등 모든면에서 열등한 대우를 받는 사회적 건강측면 뿐아니라 신체적 질병상태나 정신적 건강문제도 고위험 그룹에 있다고 했다. 특히 임신· 출산 담당자로 여성건강의 문제점은 심각하다. 출산시 산모의 사망률은 75년 1만명당 5·6명이 83년 3·8명으로 줄었으나 가족계획과 관련된 건강 손상은 엄청나다.
한국에서 가족계획을 위해 이용되는 각종 피임법은 남성들의 협조가 낮아 약 80%가 여성쪽에서 하는 것으로 자궁내 장치, 피임약 복용 등으로 인한 츨혈·통증·염증 등의 부작용을 남고있다. 76년· 전체 임신중 19%가 인공유산으로 종결되었는데 80년대는 훨씬 높을 것으로 전망되어 인공 임신중절로 인한 모체 건강의 손상 또한 심각하다는 것이다.<박금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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