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의 소통 다짐, 실천을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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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소통에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소통 방식으론 3당 대표 회동 정례화와 여·야·정 협의체를 거론했다. 박 대통령이 소통 카드를 꺼내 든 건 반길 일이다. 지속적으로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끝내 개선되지 않은 게 소통 부족이기 때문이다. 임기 초엔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혼자 저녁을 들곤 한다는 이야기가 퍼져 우려를 샀다. 세월호 참사 이후엔 장관, 청와대 참모조차 대통령 대면보고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가 됐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대면보고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자 박 대통령은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장관들에게 물었다.

무엇보다 언론 오찬 간담회가 취임 첫해인 2013년을 빼곤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보다 각본이 짜인 국무회의·수석비서관회의 발언으로 대국민 메시지를 전하는 간접 방식을 활용했다. 여야 대표와 만나 의견을 나누는데도 인색했다. 국민·정치권과 소통하는 걸 마치 무슨 숙제하듯이 부담스러워한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국회 탓을 거르지 않아 불통 이미지가 굳어졌고 선거 패인으로도 작용했다. 지지율이 추락한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가 소통 미흡이다.

그런 만큼 이번 간담회가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방식을 바꾸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문제는 얼마나 진정성이 실렸는지와 향후 구체적 청사진이다. 박 대통령은 임기 초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 때도 세대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의견을 널리 청취하겠다고 약속했다. 각계 원로와 지도자의 말을 듣겠다는 다짐도 했다.

원로들로 구성된 새누리당 고문단은 며칠 전 “박 대통령이 계파를 청산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촉구했다. 국정 운영이 삐걱대고 총선에 참패한 건 친박·비박의 패거리 싸움 때문이고 중심에 박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다. 어제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도 같은 주문이 잇따라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총선 결과에 대한 사과나 내각·청와대의 인적 쇄신에 선을 그었다. 오히려 “친박을 내가 만든 적이 없다”며 유승민 의원 등을 겨냥해 “비애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서 국정 운영 기조의 획기적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많은 장밋빛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지만 지금까지 성과는 크지 않다. 이제 총선 참패로 국정을 이끌려면 야당과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는 수밖에 없게 됐다. 민심마저 이반되면 기댈 곳이 없는 만큼 국민에겐 정책 추진의 선후 과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임기 후반에 성과를 낼 수 있다. 대통령의 국정 추동력이 더 떨어지면 조기 레임덕에 봉착하는 건 시간문제다. 가뜩이나 대한민국은 경제와 안보의 복합 위기다. 국민은 대통령의 변화된 모습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