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여성불감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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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결혼한지 8년째가 된다는 30대 초반의 부인이 성적인 문제로 찾아온 일이 있다.
두 아이의 엄마,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생활, 단정한 옷맵시나 아름다운 용모등 어디하나 나무랄데가 없는 여건을 갖췄으나 무엇인가에 지친듯한 어두운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남들은 그녀를 매우 행복한 주부로 부러워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마음속에 큰 불만을 갖고 있었다. 남편에 대한 경멸심이 마음속에 자라나 모든 것에 만족을 느낄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른것이다.
남편은 상대를 나와 자동차 부품상을 하고 있는데 성미가 급해 종업원에게 화를 잘내고 주변상인들과 어울려 욕지거리도 예사로 한다. 이같은 거친 태도, 상스러운 말씨가 귀에 거슬리다 경멸로 바뀌고 이제는 마음속에 큰 응어리가 되어버렸다.
그녀의 소녀시절은 아버지가 첩 살림을 차려 항상 한숨으로 지내는 어머니와 오빠와 함께 사는 생활이었다. 어머니는 자신의 불행을 내세워 『남자를 조심하라』『남자란 불결하다』 고 가르쳐왔으며, 아들에게는 『여자를 울리지 말라』『여자의 마음을 아프게하지 말라』 고 타일러왔다.
오빠는 그 얘기에 따라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여자도 사귀지 않았고 문학소설에 심취되어 국문학과를 선택했으며, 지금은 국문과 교수로 전형적인 모범가장이 되었다.
나의 환자인 이 주부는 어머니의 한맺힌 가르침과 문학으로 자신의 감정을 연소시킨 오빠를 통해서만 이 세상의 남자를 보고, 느끼고, 평가하면서 살아왔다.
그 때문에 남성을 재는 자신의 자로 남편을 평가할 때 경멸심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환자와 여러번 면담을 하는 동안 이런 점에 유의해서 얘기를 했더니 쉽게 남성에 대한 편견이 있었음을 인정했으며 자신의 성장과정과 남편의 성장과정이 다르다는 점도 이해했다.
나중에는 남편의 남성미에 매력을 느끼게까지 됐고, 남편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면서 성감을 찾게되었다고 자신의 변화를 솔직히 얘기해줬다.
여성의 불감증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가장 으뜸가는 것이 부부간의 사랑문제다. 사랑은 서로가 위하고 이해하며, 서로간의 인격을 존중할때 더욱 빛을 발휘한다.
이런 기본적 바탕없이 남편이 자신의 기교와 성적 자극만으로 아내를 정복하는 식의 성생활은 결코 부부간의 만족을 가져올 수 없다.
부부서로가 자신의 사랑에는 이상이 없나를 돌아보고 또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일이 각가정에서 이뤄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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