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허브 싱가포르 새 목표는 ‘핀테크 허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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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카드사인 비자가 지난 22일 공개한 싱가포르 이노베이션 센터의 내부 모습. 핀테크 스타트업과의 공동창작을 위한 공간이다. [사진 비자카드]

‘애플페이 싱가포르 출시(Apple Pay now available in Singapore)’

관련산업 육성 위해 1900억 투입
글로벌 금융사도 현지 투자 늘려

지난 20일 싱가포르 금융가 한복판에 있는 싱가포르통화청(MAS)의 엘리베이터 스크린엔 이런 뉴스가 떴다. 전날 싱가포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페이는 현지 언론의 톱뉴스로 다뤄졌다. 세계 6번째, 아시아에선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삼성페이도 2분기 안에 출시할 겁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오프라인 구매에서 모바일지갑 이용 비중을 29%로 높인다는 목표입니다.”

MAS 회의실에서 만난 현지은행 UOB의 추완심 지급결제담당 전무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싱가포르 정부가 현금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금융경쟁력 조사에서 홍콩을 제치고 세계 3위에 오른 아시아 금융허브다. 하지만 지급결제 시장의 효율성 면에선 한국보다 뒤처져 있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은행에서 계좌이체를 신청하면 사흘 뒤에나 입금됐다. 지금도 상점마다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단말기를 따로 보유해야 한다.

이런 싱가포르가 달라졌다. 2014년 정부가 스마트 국가 구축을 비전으로 선포하면서부터다. 핀테크(fintech) 육성을 경제혁신 과제로 삼으면서 빠르고 유연해졌다. 중앙은행 겸 감독청인 MAS가 국제표준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를 고집하지 않고 마그네틱 방식 결제를 지원하는 삼성페이를 허용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부총리는 최근 핀테크 산업 육성에 5년 간 2억2500만 달러(약 191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음달엔 정부 차원에서 핀테크 기업에 원스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오피스’가 새롭게 문을 연다.

“싱가포르는 금융허브의 명성을 핀테크 시대에도 유지하고자 합니다. ‘작지만 안전하고 스마트한 국가’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겁니다.” 싱가포르 은행연합회(ABS)의 앨런 응 국제교류담당 팀장은 싱가포르가 ‘핀테크 허브’를 추구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핀테크를 통해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도 한다. 추완심 전무는 “싱가포르는 노동력 부족이 큰 고민”이라며 “지급결제가 간편해지면 상점에서 외국인 고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정부의 기조에 글로벌 금융사도 투자로 호응하고 있다. 글로벌 카드사 비자(VISA)는 28일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이노베이션 센터’를 싱가포르에 연다. 금융회사나 핀테크 스타트업이 비자의 결제네트워크를 이용해 신상품을 개발하도록 돕는 곳이다. 여기엔 회의장소와 첨단 기기 체험관은 물론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한 자동차까지 구비돼있다. 지금까지 비자가 만들어 공개한 프로그램 개발용 인터페이스는 50여 가지. 비자의 티에스 아닐 아시아태평양 상품총괄임원은 “아시아 6개 국가에 이노베이션센터를 추가로 열 예정이다. 서울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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