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보석 조건이 50억원…과다 수임료 의혹 철저 조사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도박 사건을 변론했던 최모 변호사의 과다 수임료 논란에 대해 서울변호사협회가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사건은 정 대표가 자신의 항소심 재판을 담당했던 여성 변호사 최씨를 구치소 면회장소에서 폭행하면서 불거졌다.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정 대표는 보석 석방을 조건으로 최 변호사에게 착수금 20억원, 성공보수금조로 30억원 등 모두 50억원을 건네줬다고 한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보석 결정을 내리지 않자 정 대표는 최 변호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정 대표는 이후 최 변호사에게서 30억원을 돌려받은 데 이어 20억원마저 반환을 요구하면서 다툼을 벌였다. 정 대표를 폭행 등 혐의로 고소한 최 변호사는 “20억원은 사건 처리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20억원 중 세금을 제외한 11억원은 법률 자문 및 송사비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물론 법조계 인사들조차 최 변호사가 받은 수임료가 과다하게 책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변호사 윤리장전은 “변호사 보수는 절대로 과다해서는 안 되며, 부당한 축재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무의 공공성과 전문성에 맞게 수임료를 책정해야 하며, 성공보수를 받아선 안 된다는 의미다. 도박 사건이 최 변호사 주장처럼 10여 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간여할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은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는 최 변호사가 부장판사 경력을 이용해 ‘전관예우’ 차원에서 거액의 변호사 보수를 받은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그 때문에 변호사협회는 이번 사건을 통해 변호사 업계의 고질적 수임비리 전반에 대해 점검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마침 어제가 법의 날이었다. 대법원장을 비롯해 헌법재판소장,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대한변협 회장 등이 모처럼 함께한 자리에서 ‘믿음의 법치(法治)’를 강조했다. 변협은 최 변호사의 과다 수임료 논란이 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엄중하고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