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해빙무드에 동참설득|갑작스런 호요방-김정일 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북경과 평양은 7일 중공 당 총서기 호요방이 지난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북한의 한만국경도시 신의주를 비공식 방문, 김일성부자와 회담을 가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표했다.
회담내용에 대해서는 양측이 모두 「중조관계 발전, 공통의 국제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보았다」는 점만을 강조하고 그밖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중공과 한국이 어뢰정 사건을 계기로 한 훙콩 접촉 루트의 개설, 정부 민간을 포함한 국제회의에의 상호 참가, 3각무역의 확대등 착실한 관계 개선을 이루고 있는 한편 북한도 노동신문 책임 주필겸 당중앙위원 김기남의 일본 방문, 일본 작가 노조대표등 대형 민간 대표단의 북한방문등 일본과의 교류 확대가 두드러지고 있다.
또 한때 북한의 중공 밀착으로 관계가 소원했던 북한-소련관계도 작년 11월12일부터 27일까지의 장기간에 걸친 소련외무차관 「카피차」의 북한방문 이래 군사원조의 재개, 「고르바초프」신임 제1서기가 김정일에 존경을 표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김정일 후계 체제 승인을 시사하는 등 관계개선의 조짐을 뚜렷이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소련간에는 작년 12월부터 금년 3월 하순에 걸쳐 세차례나 소련군용기가 북한 휭단 비행을 하는 등 군사적 협조체제의 강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남북한간에는 팀스피리트를 트집잡아 한때 중단됐던 남북 경제회담, 적십자 회담이 5월17일과 28일 각각 열릴 예정이나 최근 북한의 전외교부장 허담은 다시 한국의 「멸공85」 「박쥐작전」등 군사훈련 계획을 트집잡아 회담 취소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한편 전두환대통령의 4월말 미국방문으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남북대화의 계속 추진이 다시 확인되고 5월초의 서방 7개국 정상회담에서도 남북대화 추진에 대한 지지가 표명된 바 있다.
이같은 배경아래 갑자기 열린 호요방-김일성 회담이 어떤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논의했느냐는 큰 관심사가 아닐수없다.
이번 회담에서 겉으로 드러난 몇가지 특징은 회담 장소가 평양이 아닌 국경도시 신의주라는점과 김정일이 제2인자로서 당당히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회담장소가 신의주였다는 사실은 이번 회담이 긴급성을 띤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추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일본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모종의 중대 제안을 위해 호총서기를 긴급히 초청, 사전 의견 조정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일이 수뇌회담에 동석한 것은 권력 이양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과시하는 동시에 최근 소련의 후계 체제 인정, 김정일의 방소 가능성 보도등으로 미루어 김정일의 방소에 따른 사전협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본의 매일신문은 특히 작년 5월 김일성의 방소 직전 호총서기가 북한을 방문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주의제는 역시 남북대화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였으리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호총서기는 신의주에서 돌아온 다음날인 7일 일본의 「우쓰노미야」 (자도궁덕마) 참의원의원등과 만난 자리에서 김일성과의 회담에 언급, 『김일성은 한반도 정세를 완화, 자주적 평화통일을 하자는 것이 성의있는 제안이라는 점을 되풀이 설명했으며 내가 보기에도 이를위한 북한의 일련의 조치가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함으로써 남북대화 문제등이 논의됐음을 확인했다.
중공측 발표에 따르면 호는 지난 4일의 환영회 연설에서 북한의 「민족화해」를 위한 노력과 자주 평화통일을 위한 일련의 조치, 남북 국회회담의 제안등을 높이 평가했다는 것인데 이같은 발언도 이번 회담의 성격을 뒷받침해 준다.
공동통신은 호총서기가 대미 정책 책임자의 한사람인 주계정 외무차관 (전 미-태평양국장)을 대동한 것으로 보아 북한측이 주장하는 3자 회담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주계정의 동행은 전대통령의 방미로 한때 관심을 모았던 중공을 포함한 4자회담, 혹은 남북한 교차승인 문제가 논의 됐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공동통신은 또 미7함대함정의 상해 기항문제에 관해 중공 측이 그 진의를 북한에 설명, 이에대한 양해를 구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최근 북의 허담이 남북회담에 소극적 발언을 한것과 관련, 남북회담의 계속 추진을 종용하고 대북한 지원강화를 약속, 북한의 대소경사 움직임에 쐐기를 박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의 호-김회담은 장장 9시간에 걸치는 것이었던 만큼 한반도 문제를 비롯, 국제정세 전반에 걸친 광범한 논의가 있었을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남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중공이 한반도의 안정을 바라는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남북대화등에 긍정적인 논의가 있었으리라는 것도 일응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국회회담 독촉에는 한국의 국내 정치정세의 변화를 계산에 넣고 있는 점도 엿보이는 만큼 북한의 진의가 무엇이며 이번 회담에서 중공과의 사이에 무슨 약속이 이루어졌는지를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