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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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일 전두환대통령과 3당대표의 청와대회동에서는 우리 정치가 안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가장 간결하고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한 대목이 있었다.
『임기보다 하루도 더도 덜도 안하고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꼭 채우고 나가겠다』고 한 전대통령의 말이 그것이다.
전대통령은 『전직대통령들은 정권교체를 한다고 해놓고도 안지켰으나 나는 개헌을 하지않고 평화적 정부이양을 이룩하겠다는 소망을 갖고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말 가운데서 새삼 주목할만한 대목은 『덜도 않겠다』고 한 것이다. 그것은 이민우신민당총재가 일본신문과의 회견에서 전대통령의 임기전 퇴진을 요구한것에 대한 직접적인 응답으로서의 성격을 띄고있기때문이다.
물론 단임정신을 강조한 이같은말은 이번에 처음 듣는것은 아니다. 전대통령은 춰임후 기회있을때마다 새헌법에 따라 7년의 임기를 채운다음 퇴진할것을 거듭 거듭 다짐해왔다.
그러나 2·12총선 후 달라진 정치정세와 함께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88년의 평화적인 정권교체를이룩하는데 대한 「레이건」대통령의 전폭지지와 관련지어 볼 때 전대통령의 말에는 각별한 의미를 부여할수 있다.
특히 전대통령이 『방미기간중 「레이건」미대통령에게 국민적 합의를 통해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하려는 나의소망을 도의적으로 지지, 성원해주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해 전적인 이해와 공감을 받았다』고 한말은 전대통령의 88년 정권이양결심이 이제 나라안팎으로 확고한 것으로 굳어졌음을 뜻하는 것이다.
전대통령은 『더도 않겠다』는 다짐으로 미국등 우방이 혹시 가질지도 모를 장기집권에 대한 우려를 일소, 국제적 신인을 받아냈으며『덜도 않겠다』는 말로 개헌 조기퇴진과 같은 야당측의 정치공세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표명, 제동의 효과를 나타냈다.
「레이건」미국대통령이 정상회담을통해 지금까지의 한국에서의 정치발전이 「괄목할만한 진전」 이라고한 평가는 88년의 평화적정권교체에대한 전대통령의 「확약」에 바탕을두고 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전대통렁은 80년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엄숙히 행한 선서대로,그동안 되풀이한 국민에대한 맹세대로, 이번 미국에가서 국제적으로 천명한대로, 그리고 헌법의 규정대로 3년후엔 권좌를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우리헌정사상 최초로 평화적정권교체를 이룩한 대통령이 될것을 이번에 또 한번 더 다짐했다. 그의 소신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다.
한편 이번 청와대모임은 경색된정국을 타개하는데 긍정적요인으로 작용하리란 기대를 모으고있다.
우선 12대국회개원을 위한 여야협상을 「엄호」 해주는 효과는 말할것이 없고 「대화정치」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점 높이 평가할만하다.
무엇보다 이번 회동이 여야간의 서먹서먹한 관계를 푸는 분위기조성에 기여한것은 귀중한 성과로 손꼽을수 있다.
『식사나 하고 사진이나 찍는 회담』이 아니었다는것은 누구의 눈에나 분명했으며, 아무리 주장이 맞서는문제도 대화를 통해 접근시킬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당장의 정치현안은 사면복권과「양심수」석방이지만 앞으로의 과제는 가히 첩첩산중이다. 비록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있더라도 멀리 떨어져서 대치를 하는것보다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것이 도움이 된다는점을 이번모임은 시사해 주었다.
전대통령은 신민당 이총재의 단독면담요청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한것으로 알려졌다. 그와같은 자리가 자주 마련되어 여야의 이견을 좁힘으로써 시국에대한국민들의 불안감을 씻어주었으면 하는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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