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 억울함 달래던 신문고, ICC 간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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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던 상징이었던 신문고가 세계 형사 사법의 심장인 국제형사재판소(ICC) 로비에 자리잡게 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의 ICC 신청사 로비에서 정부가 기증한 신문고 제막식이 열렸다. 외교부 국제법률국은 “ICC 신청사는 우리나라의 송상현 재판관이 소장직을 맡고 있는 2013년4월 착공돼 지난해 11월 완공됐으며, 정부는 우리 예술품을 기증하기로 방침을 정한 뒤 지난해 7월 신문고로 확정했다”며 “이정기 악기장(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에게 제작을 의뢰해 최근 완성됐다”고 밝혔다. 신문고는 조선 태종 때 백성들이 직접 억울함을 알릴 수 있도록 대궐밖 문루에 설치했던 북이다.

제막식에는 송상현 전 ICC 소장, 최종현 주네덜란드 대사, 김명재 한인회장 등이 참석했다. ICC 측에선 실비아 알레한드라 페르난데스 데 구르멘디 소장과 한국 출신 정창호 재판관 등이 참석했다. 최 대사는 “우리 정부의 예술품 기증을 접수한 ICC 측에 사의를 표한다. 신문고는 ICC의 정신, 목표와 맥을 같이 하는 우리나라의 사법 전통”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증한 신문고는 북지름 75cm, 북통길이 90cm 크기의 중형 규격이다. 가로·세로 각 1.4m에 높이 2.4m의 유리 상자 안에 진열된 상태로 청사 1층 로비에 설치됐다.

정부는 앞서 지난 2014년11월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웃는 해치상’을 기증한 바 있다. 해치는 옳고 그름, 부패한 관리를 구분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상상의 동물이다. 조선시대 사헌부의 상징으로 쓰였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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