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용 뉴욕 도착, 케리와 회동 여부 북·미 모두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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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용 북한 외무상(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MBC 캡처]

이수용 북한 외무상이 유엔 회의 참석차 미국 뉴욕에 도착했지만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회동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반기문 총장 면담 계획도 없어
전문가 “미 측과 접촉 시도할 것”

20일(현지시간) 오후 뉴욕에 도착한 이 외무상은 케리 장관과의 면담 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평양을 떠나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언론에 포착됐던 그는 중국 국적 항공기가 아니라 에미리트항공 여객기를 타고 두바이에서 뉴욕으로 들어왔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북·미 간에 대화할 분위기가 아니다”며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도 조선반도 실정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도 케리 장관이 이 외무상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확인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두 사람 간 만남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한의 도발 중단”이라며 “케리 장관이 얼마 전에도 6자회담 재개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의 행동을 보고 판단한다”며 북·미 간 실질적인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외무상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날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반 총장과 이 외무상의 면담 계획은 잡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북한대표부 관계자도 “반 총장 측에 면담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군사전문가인 니러슝(倪樂雄) 상하이정법대 교수는 2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외무상이 미국 관리들과 접촉, 화해를 시도할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선(先) 핵개발 포기를 요구하며 화해 제스처를 거절해 왔기 때문에 이 외무상의 시도가 큰 진전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둘러싸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북한 정치 안정을 위해 서방의 기술과 자본 도입, 무역 정상화를 최대의 목표로 삼아 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이 미국과 서방을 상대로 핵무기 위협을 하는 한편 중국을 통해 화해 제스처를 보내면서 미국과 물밑 접촉을 했다”고 말했다.

이 외무상은 뉴욕에서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DG)’ 고위급 회의(21일)와 파리기후변화협정 서명식(22일)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22일 미국을 떠날 예정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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