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형 KB 감독이 '강길동' 된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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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KB손해보험 강성형(46) 감독은 2주째 해외 출타중이다. 핀란드를 찍고, 푸에르토리코까지 넘어갔다. 강 감독이 '홍길동'처럼 바쁘게 돌아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배구연맹(KOVO)은 2016-2017시즌부터 남자부 외국인선수제도를 자유계약에서 트라이아웃으로 바꾼다. 총 166명의 선수가 한국에서 뛰고 싶다고 신청을 했는데 지난 4일 구단별로 원하는 선수 30명을 써냈다.

이 중 총점이 높은 24명이 다음달 11일부터 3일간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연습경기 등을 통해 기량을 확인받는다. 지난해 성적 역순으로 드래프트 구슬 수가 정해진다. 7위 우리카드는 35개(25%), 6위 KB손해보험은 30개(21.4%)고 우승팀 OK저축은행은 5개(3.6%)를 넣는다.

문제는 선수들의 정보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지난해까지는 직접 리스트를 작성한 뒤 선수들의 기량을 면밀히 검토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겨우 한 달 밖에 시간이 없다. 30명의 선수명단을 써낼 때도 구단 관계자들과 코칭스태프는 동영상을 통해 제한된 정보만 갖고 파악해야 했다.

KB손보는 지난해 외국인선수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공격을 책임졌던 에드가(호주)와 달리 마틴(슬로바키아)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KB손보는 고민 끝에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신임 전영산 단장도 이에 공감했다. KOVO는 선수와 직접 접촉하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결국 강 감독은 손정식 외국인담당 코치와 함께 7일 비행기에 올랐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손 코치는 브라질어·스페인어·영어에 능통하다. 12일 핀란드에서 돌아온 강 감독은 다시 푸에르토리코로 떠났고, 23일 귀국할 예정이다.

KOVO에 출국 사실을 알린 구단은 KB손보와 현대캐피탈 뿐이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과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 파악보다는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관람에 무게를 뒀다.

수확은 있었다. 구단 사전 투표에서 1위와 3위를 기록해 한국행이 유력한 스티브 모랄레스(푸에르토리코)와 모하메드 알하차다디(모로코) 등이 실제로 경기에서 뛰는 모습을 파악했다.

KB손보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농사가 중요하다는 걸 구단도 알고 있다. 품성이나 적응력은 알 수 없지만 영상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부분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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