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은 아직 채굴되지 않은 금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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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윈터는 한국내 유망한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기 위해 2년 전부터 매달 한국을 찾고 있다.

“한국에선 어쩌면 가장 어려운 시기가 지난, 거의 기업공개 직전(near IPO)에 가서야 투자가 이뤄진다. 반면 영국에선 기업이 얼마나 가치있게 될지 모르는 초기 상태에서도 투자한다.”

영국 벤처 투자가 크리스 윈터
“스마트하고 잠재력 있는 기술 많아
투자기술 접목, 세계적 벤처 만들 것”

19일 영국 런던에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가 주최한 ‘K-스타트업 서밋 런던’에서 만난 벤처 투자가 크리스 윈터(58)는 한국과 영국의 투자 방식을 이렇게 비교했다. 그는 브리티시텔레콤(BT)의 사내벤처에서 출발한 헬스케어·의료기기 스타트업 전문투자사인 브라이트스타의 파트너 중 한 명이다. 브라이트스타는 한국 내 유망 중소기업 투자를 위해 410억원 규모의 ‘한영 이노베이션 펀드’를 조성했다. 그는 지난 2년간 매달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필요한 건 뭔가.
“그간 만나온 스타트업들에겐 사업 계획이 썩 훌륭하진 않더라도 좋은 기술이 있었다. 우리가 영업과 마케팅, 사업개발 등을 돕는다면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본다.”
잠재력이 있다고 보는 건가.
“대단히 있다. 한국의 대표적 병원·대학들에서 스마트하면서도 기업가적인 발상을 봤다. 그러나 진정 놀라운 건 ‘벤처투자가를 만났느냐’고 물었을 때 다들 ‘아니다’라고 답했다는 점이다. 벤처투자가들이 현장을 직접 찾지 않는 모양이다. 우린 늘 현장을 챙긴다. 런던의 벤처 투자 기술을 한국에 접목한다면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벤처가 금방 나올 것이라고 본다.”
한국 스타트업의 장점은.
“영국·미국 연구자들은 ‘내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주장한다. 한국은 덜 그러는 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실제 하는 일들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본다. 내가 보기엔 한국은 채굴되지 않은 금맥이다.”

윈터는 알파고 개발자인 데미스 허사비스만큼이나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옥스퍼드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했고 랭카스터대에서 고체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도유망한 소장 과학·공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1851 펠로우십’ 수혜자이기도 하다. BT에 입사해선 광학·소프트웨어 개발팀을 이끌었고 컴퓨터게임 스타트업을 했으며 사내 벤처투자 분야에서 기술담당최고책임자(CTO)도 지냈다.

런던=글·사진 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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