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증권·외환시장, 3시30분에 마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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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이르면 연내 서울외환시장 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하기로 했다. 또 ‘선진지수 관찰대상국’ 편입 여부가 결정되는 6월 이전에 MSCI 회장의 방한을 추진하고 홍콩에서 한국거래소 기업설명회(IR)를 여는 등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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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찾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한국시간)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가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에 개장해 오후 3시에 마감되는 증시 거래시간을 오후 3시30분까지로 30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 부총리의 발언은 외환시장도 보조를 맞춰 30분 연장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MSCI 선진지수 편입 위해
거래시간 30분 연장 추진

“박근혜 정부 임기 내 실현”
MSCI 회장 초청 발벗고 나서
선진지수 가입 신중론도 여전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 편의를 위해 MSCI가 제기한 한국의 MSCI 선진지수 편입 전제 조건 중 하나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위는 1시간 연장안을 내놓았지만 기재부는 ‘원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30분 연장안을 지지하고 있다”며 “MSCI가 30분 연장안에 만족하지 못하면 외환시장과 증시 거래시간이 모두 1시간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MSCI 선진지수 편입은 한국 증시가 선진 증시로 도약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중요한 이벤트다. MSCI는 FTSE(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 지수와 함께 세계 펀드들이 투자의 기준으로 삼는 대표 지수다. FTSE 선진지수에 편입돼 있지만 보다 영향력이 큰 MSCI에선 신흥지수에 편입돼 있다. 한국 증시가 MSCI 지수에 편입되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도 MSCI 지수에서 한국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만큼 한국 주식을 사들인다. 통상적으로 신흥지수 투자 자금이 투기형·단기투자형인데 반해 선진지수 투자 자금은 안정추구형·장기투자형이다. 선진지수에 편입되면 장기투자형 자금이 한국 증시에 꾸준히 유입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기대다.

보다 다급한 이유도 있다. 중국 본토 A주(내국인 전용)의 MSCI 신흥지수 편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이게 현실화하면 신흥지수 내 한국 비중은 현재의 15%에서 10% 정도로 낮아진다. 이 경우 3조8000억원 정도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 시장에서 이탈할 것으로 예측된다.

시간도 많지 않다.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되려면 일단 관찰대상국으로 선정된 뒤 1년간 검증을 받아야 한다. 올해 관찰대상국 편입이 이뤄져야 박근혜 정부 임기 안에 선진지수 편입이 가능해진다. 관찰대상국 선정 시점은 6월로,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전력(前歷)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문제다. 한국은 2008년에 이미 MSCI 선진지수 관찰대상국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MSCI의 요구조건을 이행하지 못해 선진지수에 편입되지 못했고, 2014년에는 관찰대상국에서도 탈락했다. MSCI 홍콩사무소 등에서는 한국의 관찰대상국 재선정에 대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5월 중 헨리 페르난데스 MSCI 회장을 한국으로 초청해 정부의 의지를 설명할 방침이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홍콩에서 거래소 기업설명회(IR)를 여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조만간 ‘중장기적으로 외환시장 운영시간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는 등 내용의 중장기 방침을 추가로 발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진지수 편입 논의가 본격화하면 국내에서도 논란이 재발할 수 있다.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낫다는 신중론자들이 여전 하기 때문이다. 김영성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신흥지수에서 15%이던 한국 비중이 선진지수에서는 1.5% 전후로 낮아질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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