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목련을 소재…봄의 시정 노래로 신선미 넘쳐 | 『야시』=전형적인 생활시로 진지한 삶의 자세 돋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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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역시 꽃만큼 유정한 것도 드물라! 산과 들을, 강과 마을을 부시게 치장시킨 꽃들로 하여 더욱 유정해진 천지.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 지고. 뉘 집을 들어서 본들 반겨 아니 맞으리.」 (이호우·『살구꽃』)
기억 속에 묻혀있던 이러한 「꽃노래」가 저절로 입술을 둘치고 새어나온다. 어디 천지 만일까, 만발한 살구꽃 덕분에 만나는 사람마다 형제처럼 느끼게 되는 유정한 인간. 이러한 경우야말로 꽃이 불러온 인간 본성의 시심이 아닐 수 없다.
이 꽃철의 이 노래 마당에, 목련을 다룬 작품이 셋씩이나 한자리에 앉게 된 것은 그러므로 결코 우연은 아닌 것이다.
『아침』에서의 「빛타래가 풀려나는 부신 시간」도 『목련』의 「활짝 열린 하얀 마음」도, 그리고 『백목봉』에서의 「세모시 잠옷 바람」도 모두가 꽃(목련)이 불러온 싱그러운 시정의 편린들이다.
시심이니 시정이니 하는 것도 따지고 들면 감성·감각과 그 뿌리를 같이 한다. 그러기에 계절 감각과 가장 밀착되어 있는 우리의 시정이 이 꽃철을 맞아 한바탕 「복흥회」라도 치르고픈 충동에 사로잡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시정이 감각 하나에만 매달린다는 것은 전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위의 세 편의 목련을 다룬 노래가 안고 있는 공통적 흠도 바로 이것이다. 신선한 감각으로서 빼어나기는 『아침』이 으뜸이요, 여러면을 통틀어 만만찮은 자질까지 과시하고 있지만, 이 또한 감각 쪽으로만 기울어짐으로써 스스로의 무게를 덜고 있는 것이다.
『야시』와 『안개낀 강』은 전형적인 생활 시라 일컬을 만한 작품들.
앞의 것은 진지한 삶의 자세가 돋보이고, 뒤의 것은 저항의 비수를 감춘 낙천적 익살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다같이 은유법을 구사하고는 있으나 효과적인 대목이 있는 반면, 오히려 격을 떨어뜨린 대목도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 선별을 숙제로 돌려준다. 박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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