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커플룩’ 입고 가족사진 찰칵 … 고양이 맞춤형 가구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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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관을 찾는 이들이 많다. 프렌치불독과 반려인이 함께 촬영한 가족사진. [사진 별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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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위한 다양한 제품·서비스

“다올아, 이리와. 옷 입고 밖에 나가자.” 이지현(25)씨가 다올이와 나눈 대화다. 여느 엄마와 아이 사이의 대화 같지만 사실 다올이는 이 씨가 기르는 여섯 살짜리 강아지다. 과거엔 귀여워하며 기르는 동물이라는 뜻의 ‘애완동물(pet)’로 불렀지만 이제는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란 말을 더 많이 쓴다.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면서 가까이 두고 기르는 동물이라는 의미다. 반려동물이 ‘가족 구성원’이자 ‘삶의 동반자’가 되는 만큼 이들을 위한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패션 아이템은 물론 반려동물 전용 가구, 초상화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보다 풍성하게 해 줄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한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인구 5명 중 1명꼴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이란 용어는 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가 1983년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해 사람의 장난감이 아닌, 인간과 더불어 산다는 의미로 ‘반려동물’로 부르자”고 제안하면서 생겨났다. 최근엔 반려동물을 넘어 ‘또 하나의 가족’으로 생각하는 이들을 칭하는 ‘펫팸족(pet+family)’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반려동물을 위해 과감히 지갑을 여는 이들도 늘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4년 1조4300억 원이었으며, 2020년에는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멜빵 바지에 더플코트까지, ‘커플룩’ 연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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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커플룩을 연출할 수 있는 ‘원 오브 어스’의 커플 스웨트 셔츠.

대학생 임주리(21)씨는 6년 전부터 용돈을 모아 반려견 꽃슴이의 옷을 사주고 있다. 그는 “젖소 무늬 옷, 분홍색 토끼 옷과 같은 동물 모양이나 한복·세라복 같은 특색 있는 옷을 매년 두 벌씩 산다”며 “추운 겨울에 산책 나갈 때 방한복으로 입히거나 멋내고 싶을 때 입힌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옷은 추운 겨울이나 체온 조절이 어려운 동물의 체온 유지를 도와주고, 피부가 강한 햇볕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준다. 임 씨와 같은 이들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을 위한 전문 패션 브랜드도 등장했다.

‘덴티스츠 어포인트먼트’는 강아지를 위한 더플코트, 멜빵 바지, 터틀넥 티셔츠 등 다양한 디자인의 의상을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판매하다가 2014년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 오프라인 매장까지 열었다. 올인원, 티셔츠, 민소매 제품으로 구성된 스트라이프·터틀넥 시리즈는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반려동물 패션 브랜드 ‘원 오브 어스’는 코카콜라, 맥도널드 등의 로고를 활용한 유명 패션 브랜드의 패러디 제품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입어 ‘커플룩’을 연출할 수 있는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원 오브 어스’의 류지현 디렉터는 “처음엔 반려동물과의 커플룩을 생소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최근엔 조금씩 판매량이 느는 추세”라며 “4월 말엔 제품군을 확장해 반려동물을 데리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이자 함께 맬 수 있는 커플 가방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위한 옷은 스타일뿐 아니라 반려동물의 피부, 착용감까지 고려한다. 류 디렉터는 “실제 착용감이 어떤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재 선택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잦은 미용으로 피부가 민감한 동물들을 위해 감촉이 부드러운 소재, 신축성이 좋아 많이 움직여도 불편하지 않은 소재, 마찰에도 보풀이 잘 일어나지 않는 소재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행동 패턴 반영한 맞춤형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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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위한 가구를 만드는 브랜드도 있다. 산책을 즐기는 강아지와는 달리 집 안에서 주로 생활하는 고양이를 위한 가구가 대부분이다. ‘뽀떼’는 고양이의 습성과 행동 패턴을 반영한 가구를 만든다. 특히 자작나무 합판을 조립해 만든 원목 하우스 ‘뿡어집’은 고양이의 행동 패턴을 고려해 입구는 좁게, 안 쪽 공간은 넓게 설계한 제품이다. ‘뽀떼’의 박상남 대표는 “고양이는 작은 소리만 들려도 귀를 쫑긋하고 숨어서 감시하기 때문에 밖을 탐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무살을 계단식으로 설계해 정면에선 밖이 안 보이지만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를 위한 ‘캣타워’도 인기다. 반려동물 가구업체 ‘가또블랑코’의 박기훈 대표는 "캣타워는 고양이들이 오르내릴 때마다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견고한 제품인지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가구도 있다. 자작나무 받침대 위에 멋스러운 천을 걸어 만든 해먹이다. 박 대표는 "부드럽고 포근하게 받쳐주는 해먹의 느낌을 동물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반려동물을 위한 가구를 장만할 땐 가장 먼저 ‘주거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살고 있는 공간에 비해 반려동물을 위한 가구가 지나치게 부피가 큰 경우엔 오히려 짐처럼 느껴져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모습 남기는 가족사진·초상화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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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모습을 담은 초상화를 의뢰하는 이들도 있다. 서재성 작가의 작업실.

“반려동물의 첫 생일을 맞아 ‘돌 사진’을 찍거나 나이 많은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남기고 싶어 오는 분들이 많아요.”

2013년부터 반려동물을 촬영해온 유투데이 스튜디오 김한수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초반엔 동물 단독 사진을 주로 찍었는데 최근엔 반려동물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며 “매년 반려동물의 생일 때마다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지난 3년 간 반려동물 사진 촬영을 위해 유투데이 스튜디오를 방문한 사람은 약 3배 늘었다. 김 대표는 “처음엔 사람들이 ‘개 사진 찍는데 얼마냐’고 물었다면 지금은 ‘개’라는 말 대신 ‘반려동물’이라고 부른다.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촬영은 편안한 분위기와 집중력이 좌우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별사진관 김상은 대표는 “동물은 원하는 포즈를 연출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촬영 전에 반려동물이 자유로이 뛰어놀 수 있게 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 뒤 간식을 이용해 카메라에 집중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유투데이 스튜디오의 김 대표는 “반려동물이 빛, 소리, 행동 등 어떤 자극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지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며 “고양이의 경우 빛에 예민하기 때문에 조명을 적게 사용한다”고 말했다.

사진 대신 초상화를 찾는 이들도 많다. 이지원(29)씨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강아지 폴리의 초상화를 서재성 작가에게 의뢰했다. 이 씨는 초상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사진은 사진을 찍었던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해주는 반면 초상화는 반려동물의 존재 자체를 기억하게 해 준다”며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초상화를 그리는 시간만큼은 폴리만 생각해줬다는 것도 기쁘다”고 말했다.

서 작가는 지난해부터 유성 색연필과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려왔다. 단순한 캐리커처와 컴퓨터를 활용한 디지털 초상화도 그린다. 털까지 세밀하게 묘사된 초상화를 그리는 데는 크기에 따라 최소 2시간에서 최대 48시간까지 걸린다. 서 작가는 “초상화를 그리기 전에 반려동물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다”며 “추모 초상화의 경우 주인이 쓴 편지나 글을 읽은 뒤 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이 각자 가진 특징과 눈망울을 풍부하게 표현하는데 특히 신경 쓴다”고도 했다.

이은 기자 lee.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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