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성촌 충효 전통이어 효자·열녀 많이 배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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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영도 고속도로를 타고 용인을 지나 양지 인터체인지로 들어서 남동쪽으로 20km. 길 왼쪽 산기슭 소나무 숲사이에 하얀 슬레이트로 지붕을 인 집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부락이 다가선다.
경기도 용인군 외사면 옥산리 하산부락. 65가구 중 32가구가 죽산 박씨 한성바지인 박씨 마을이다.
박씨네가 이곳에 터잡기는 조선 예종때. 영의정을 지낸 문헌공 박원형이 일찍이 전국을 돌며 자신의 묘터를 찾다가 지금의 안성군 삼죽면 비봉산 아래 터를 잡았다고 한ㄴ다. 그러나 아우 박원정이 먼저 세상을 뜨자 그 자리를 동생에게 주고 자신은 그옆 하산부락 뒤쪽 산에 묻혔다고 한다. 후손들이 모여 산소를 모시고 살면서 마을을 이루게 됐다.
일대에 죽산 박씨를 모두 합치면 3백여가구로 죽산 박씨 본고장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마을에는 입향조 원형의 묘소외에도 72년 서울 신림동서 옮겨모신 연흥군의 묘소 등 죽산 박씨 선조들의 모소와 사당이 지금껏 전해 온다. 충효의 죽산 박문 전통은 그대로 이 마을의 전통. 순조때 효행으로 온 고을을 감화시킨 박인영의 정문 등이 그 상징으로 여태 마을을 지킨다. 국사봉아래 널따란 왕자뜰 기름진 들판에서 가구당 20마지기 논농사로 용인군 내에서도 부자 마을. 흉년에도 쌀 걱정을 안하고 지내왔다.
『효자·열녀가 많이 나고 이웃끼리 사이가 좋은 것이 이 마을의 자랑』이라고 18대손 박한진씨(59)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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